나의 작품들 - 음악
07/11/21 21:20(년/월/일 시:분)
미국의 추석은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어는 11월의 끝자락에 있다. 이제 날씨도 쌀쌀해지고 몸을 바짝 움츠릴 시기가 되어서야 큰 명절이 오는 것이다. 특히 이 시점, 할로윈~추석~크리스마스를 거치는 4/4분기는 나머지 1~3분기를 다 합친 것보다 매출이 많은 황금 시준으로, 평소 도저히 할인을 하지 않던 콧대높은 명품까지도 이때만큼은 할인해주는, 그래서 지갑을 안 열수가 없게 만드는 소비의 계절이다.
그래서 미국의 명절은 뭐랄까, 한국처럼 오랫만에 못 보던 친척을 만난다던가, 세뱃돈을 받거나 고스톱을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면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평소부터 사고 싶었던 것들을 잔뜩 사면서 지낸다. 애플도 할인하고, 루이비통도 할인하고, 프라다도 할인하고... 세상에 별의별 브랜드가 다 할인을 한다. 그래서 추석=쇼핑이지. 다들 손에손에 두툼한 명품 쇼핑백을 들고 다니면서 추석의 훈훈함을 느끼는 거지. 자본주의의 국가 답다.
http://en.wikipedia.org/wiki/Black_Friday_(shopping)
Black Friday is the day after Thanksgiving in the United States, where it is the beginning of the traditional Christmas shopping 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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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 Avenue in Manhattan |
나도, 아니 별로 추석이기 때문에 만든 것은 아니지만, 전부터 오래 붙잡고 있었던 피아노곡이 마침 추석을 기념하여 완성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별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만들다보니 아리랑 멜로디가 나와버렸고, 어차피 저작권도 없는 거 잘됐다 싶어서 진도 아리랑까지 넣어버렸다. 뒤로 갈수록 실력도 없으면서 심하게 잘난체를 하는 것이 귀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이거 하나만 가지고 한달을 넘게 붙잡고 있었더니 다 귀찮아져서 다소의 결함은 용인하고 끝내기로 했다.
또한 이 곡은 특별히 프로디키의 채 3옥타브가 안 되는 좁은 음역 안에서 두 손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리즌 피아노 2.0의 저렴하면서 뛰어난 음질을 사용했다. 나처럼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요리조리 떠돌아다니는 유학생도 이런 피아노곡을 적당히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