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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06/04/22 12:21(년/월/일 시:분)

The 40 Year Old Virgin, 2005

난 이 영화 제목을 보고 허걱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무슨 말도 안돼, 이런게 어딨어, 정말 황당한 코미디겠구나 라고 보통은 생각하겠지만, 나에게는 정곡을 찌르는 현실이었다. 이거 내 얘기잖아 흑 ㅠㅠ

2ch에서는 30살까지 순결을 지키면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는 농담같은 얘기가 있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이런 사이트도 나왔겠냐마는.

http://hypar.egloos.com/1309976
안구에 습기가 차는 사이트 - 마법사 연합회

한번은 우리 과 교수 홈페이지에 과제를 제출하러 갔다가, 우연히 백도어로 숨겨둔 일기를 보게 되었다. 28살까지 독일에서 유학하다 온 분인데, 그때까지 여자를 한번도 사귄 적이 없다가 귀국해서 선을 봐서 결혼하게 되었다. 그때가 신혼 3개월째였는데, 이렇게 여자를 아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다는 식의 일기를 보고 "나도 이렇게 되는 거 아니야.." 하면서 "뭐 중매도 괜찮긴 한가 보군.." 이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_-

결국 나는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에 중매를 하기 위해 열심히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공부만 하는 꼴이 되었다. 한번은 2005년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상영제에서 이런 광고를 보고 뜨끔했다. 공부만 열심히 판 듯한 여자 대학생이 나와서 인터뷰를 한다. 앞으로 자기는 이런 회사에 들어가 이런 일을 할 거고,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서 남자들과 삐- 하고 삐- 삐- 한 섹스를 할 거에요, 아주 더럽게.

나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 혼자서 온갖 공상을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때론 내가 정말 이성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게 아닌가, 나의 성적취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기도 하고, 강남역에 지나다니는 여성들을 눈여겨보며 왜 나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그리 없을까, 까다로운 취향을 탓해보기도 했다. 뭐 그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하여간에 군대를 갔다와서 는 건 뻔뻔함밖에 없는지, 나는 예전 같았으면 꺼내지도 못했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었다. 실은 좀 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진도를 나가고, 날짜까지 계산해가며 고백할 타이밍을 잡았다는 가수 윤상의 얘기처럼 나도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어떻게 좀 해보고 싶었지만, 세상일은 그리 뜻대로는 되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어쨌건 저질렀고,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http://www.xacdo.net/tt/rserver.php?mode=tb&sl=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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