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도닷넷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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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이해

인-앤-아웃 버거 IN-N-OUT Burger

07/06/26 02:14(년/월/일 시:분)

인앤아웃은 언제 가도 붐빈다. 아마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이 아닐까 싶다. 메뉴라고 해봤다 햄버거, 치즈버거, 더블더블버거 3개밖에 없는데도, 메뉴가 20개가 넘는 옆 햄버거 가게보다 장사가 잘 된다.


http://www.mistershape.com/blog/2005/05/in-n-out-menu-design.html
In-N-Out Menu Design

그거야 맛있으니까 그렇겠지. 일단 냉동육은 쓰지 않고, 100% 쇠고기에 잡부위를 섞지 않으며, 각 매장에서 직접 고기를 매일 갈아서 쓰고, 빵과 감자 또한 가게에서 직접 매일 굽고 튀긴다. 재료 자체가 좋으니까 조리법이 단순해도 먹고 들어가는 게 있잖아.

조리법이 단순한 것은 드라이브 쓰루(drive-thru) 때문인 것 같은데, 인앤아웃(In-N-Out)이라는 이름 자체부터 드라이브 쓰루를 최우선으로 치고 있고, 몰려드는 차들에게 빨리빨리 햄버거를 주려면 조리법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했겠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머지 부분인 재료에 집중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http://www.in-n-out.com/
IN-N-OUT Burger

하여튼 인앤아웃은 정말 이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햄버거 집이라서 아주 즐겨 가는 편인데, 아무래도 메뉴가 단순하다보니 가끔은 좀 새로운 걸 먹고 싶을때도 있다. 인앤아웃도 장사를 시작한지 60년이 다 되가는데, 변덕스러운 미국인들의 취향을 모를리도 없고, 도대체 이런 단촐한 메뉴로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까 싶기도 한데.

그런데 가만 보니까 가끔씩 어떤 사람들이 메뉴에도 없는 걸 시켜서 먹곤 하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뭐지? 분명히 메뉴에는 없는데! 설마 메뉴에는 없는 숨겨진 메뉴가 있는 것인가!

3-by-3(Triple-Triple) = 고기 3장, 치즈 3장
4-by-4 = 고기 4장, 치즈 4장

이런 식으로 고기와 치즈를 얼마든지 추가하고 뺄 수 있다. 이를 응용하면 이런 것도 가능하다.

12 by 12

http://www.dskendall.com/gross.html
I went to In & Out for lunch today. Going in, I stepped up to the counter and the girl asked me what I wanted. I hesitated for a moment, and then went for it: "12 x 12, please."

100 by 100

http://www.foodfacts.info/blog/2006/03/in-n-out-100-x-100.html
The In-N-Out 100 x 100

http://ghestalt.egloos.com/2707473
패티 100장 x 치즈 100장짜리 햄버거 먹기


...이 외에도 다양한 비밀 메뉴가 있다.

Grilled Cheese = 햄버거에서 고기 빼고 치즈만 얹은 것
Protein Style = 빵 없이 상추로 싸먹는 버거
Animal Style Fries = 프렌치 프라이 위에 각종 소스를 끼얹은 것
Fries "Well-Done" = 바싹 튀긴 프라이
"Neapolitan" Shake = 딸기, 바닐라, 초코 쉐이크를 섞은 것

http://dongpo.somegate.com/topic.php?topic_uid=2135
In-N-Out Secret Menu


그래서 야 이거 장사 잘 되겠다 싶었는데, 포장지에 보니까 의외로 인앤아웃은 프랜차이즈(franchise) 기업이 아니었다. 기업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스나이더 가문(Snyder family) 안에서만 사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아니 왜 이렇게 장사도 잘 되는 햄버거 가게를 더 확장하지 않는 걸까?

http://blog.naver.com/skim26/10007928208
얼바인(Irvine) 컴퍼니 열전 - 인앤아웃
In-n-out 은 캘리포니아와 일부 애리조나, 네바다 외에는 매장이 없기 때문에 미국 중부나 동부에 사는 사람은 먹어볼 기회가 없다.


비밀은 이거였다.

http://www.snopes.com/business/alliance/inandout.asp
인앤아웃 컵과 포장지에는 성경 문구가 적혀있다.

요한복음 3장 16절(John 3:16)

http://www.ahamburgertoday.com/archives/2006/06/innout_hooked_at_fishermans_wharf.php
IN-N-OUT PHOTO GALLERY

...우와아, 이거 뭐야.

즉 인앤아웃을 운영하는 스나이더 가문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고, 햄버거 장사를 통해서도 슬쩍 전도를 하려는 욕심 때문에 일부러 기업을 공개하지 않고 사적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기업공개를 하면, 이런 성경문구를 포장지에 적을 수는 없을 테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맥콜을 운영하는 일화 같다고 할 수 있겠다.

http://xacdo.net/tt/index.php?pl=23
마침 일화가 통일교의 재단 노릇을 하다보니, 맥콜도 알게 모르게 종교적인 느낌이 난다.

흠, 그러고 보니 인앤아웃의 엄격한 품질관리도 미국 청교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가 가능한 것 같다. 자극적인 맛이나 다양한 메뉴보다는 일부러 메뉴를 좁게 제한하고 간소하게 만드는 것도 금욕주의 때문인 것 같고. 기업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도 같은 범위 내에서 납득할 수 있다.

http://ruslan.egloos.com/2814521
역시 많은 찬사를 받는 프렌치프라이. 기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점은 좋은데, 왠지 너무 푸석푸석합니다. 프렌치 프라이의 미덕이라할 바삭한 겉껍질과 부드러운 감자의 속의 조합이 전혀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앤아웃의 프라이는 건강에 좋은 콜레스테롤 제로 기름으로 튀기고, 건강에 좋으라고 심지어는 소금도 뿌려주지 않으니까.

http://en.wikipedia.org/wiki/John_Harvey_Kellogg#Anti-sex_and_Anti-masturbation_positions
켈로그 시리얼은 원래 성욕을 낮추기 위해서 일부러 맛없고 푸석푸석하게 만든 음식이었다.

http://en.wikipedia.org/wiki/Sylvester_Graham
그레이엄 크래커도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office_id=144&article_id=0000020902
[역사서비스 사실은] 182. 자위방지를 위한 신병기(新兵器) 콘프레이크? ③


결론. 후후, 뭐랄까. 청교도 문화를 바탕으로 엄격하게 금욕을 하면서도, 원하는 사람에게는 메뉴에 없는 것도 만들어주는 융통성. 이 두가지 상반되는 것이 잘도 섞여있는 것 같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office_id=023&article_id=0000230334
―성공적인 가치 창출을 이용하고 있는 기업을 꼽는다면?
“햄버거 프랜차이즈 ‘인앤아웃(IN-N-OUT)’을 보세요. 10시30분에 문을 열죠. 하루는 햄버거를 싫어하는 아내를 끌고 매장을 찾았습니다. 매장이 안 열렸는데도 고객들이 줄 서 있더군요. 주문하자 종업원이 ‘20분 기다리세요’ 하더라고요. ‘20분이나!’ 하고 목소리를 높였더니 옆 손님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참고 기다렸어요. 음식을 기다리던 중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자리로 돌아왔을 때 평소 햄버거를 입에도 안 대던 아내가 내 햄버거와 감자튀김까지 다 먹고 있었어요. 인앤아웃 햄버거는 주문을 받은 후 그 자리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요. 껍질을 벗기자마자 갓 튀겨낸 바삭거리는 감자, 냉동하지 않은 고기를 사용해요. 그래도 햄버거는 1.6달러, 감자튀김은 1.09달러밖에 하지 않죠.”

http://www.xacdo.net/tt/rserver.php?mode=tb&sl=709

  • 태공 07/06/26 12:18  덧글 수정/삭제
    유학중인 친구도 저기 맛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
    올해안에 갈 예정이니 먹어보겠어 +ㅁ+
  • jd 07/06/27 10:02  덧글 수정/삭제
    우와 정말 싸다... 여긴 햄버거 하나에 3파운드..
    • xacdo 07/06/27 21:29  수정/삭제
      인앤아웃이 햄버거가 작고 싼 편이지. 그래도 세트로 먹으면 $5 정도 들어.
  • 닥털리 07/06/29 11:55  덧글 수정/삭제
    irvine 에서도 먹어보고 Sanfrancisco pier 39 앞에서도 먹어봤는데요. 정말 맛있습니다. 뭐랄까..우리나라로 치면 와퍼주니어
    정도의 크기인데 맛은 더 담백한것이..흐음.
    글치만 미국엔 그런 체인점 식이 아닌 일반 음식점에서 파는 버거도 만만치 않게 맛있죠. 전 bongo burger 강추! ㅋㅋㅋ
  • 김점식 10/10/04 08:09  덧글 수정/삭제
    빼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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