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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상

MBC 싫고, KBS 좋아지다

06/06/01 11:11(년/월/일 시:분)

군대 있을때 우리 내무실에 KBS가 안 나왔다. 아니 진짜로 2년간 MBC랑 SBS만 보고 지냈다.

어차피 난 MBC를 좋아하니까 상관 없었다. 놀러와, 김삼순, 노도철PD의 두근두근 체인지, 프란체스카, 노홍철, 박명수, 유재석.. 충분히 즐거웠다. MBC 로고를 멋대가리 없는 빨간색 정사각형으로 바꾼 것도 딱히 나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보이고 새로워보이고, 도전정신이 보이잖아.

반면 나에게 KBS의 이미지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나 보는 재미없는 방송이었다. 기껏해야 동물의 왕국, 가족오락관, 6시 내고향 같은 심심한 프로나 줄창 틀어주는 걸.

덕분에 나는 본이 아니게, 내가 싫어하던 KBS를 2년간 차단된 상태에서 보내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싫어하던 KBS를 2년만에 보니까 새삼, 어찌나 새롭게 보이던지.

이번 5.31 지방선거 개표방송에서 KBS의 입지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전부터 이해가 안 됐던 것이, 도대체 왜 9시뉴스 시청률이 KBS가 압도적으로 높은가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뉴스를 왜 좋아하는 걸까? MBC나 SBS는 재미도 있고, 나름의 컨셉도 있고, 뭔가 열심히 하려는 의욕도 보이는데, KBS는 무심하게 그저 대본이나 읽는 느낌인데.

그런데 이번 개표방송을 보니까, 그런게 새삼 짜증이 났다. 뭔가 좀 보여주려고 요란한 인터뷰나 특집을 준비한 MBC, SBS가 짜증이 났다. 내가 알고 싶은건 그저 이번 선거의 결과일 뿐인데, 거기에 구태여 이런저런 양념을 구차하게 뿌리는 게 싫었다.

그러다 나의 리모콘이 KBS에 이르자, 나는 이 무미건조하고 재미대가리도 없는 KBS가 새삼 편하게 느껴졌다. 뭐야 이거 그냥 대본만 읽는 거잖아? 순발력도 없고 준비한 것도 없고. 그냥 예측결과와 개표상황만 지리하게 늘어놓을 뿐이었다. 근데 그게 딱 내가 원하는 거였다.

KBS는 무미건조하지만, 시청자가 뭘 보고 싶어하는지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누가 개표방송에서 월드컵 얘기를 보고 싶어 하겠는가. 누가 개표방송에서 시덥잖은 유행어나 즐기고 싶어 하겠는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영상도 아니고 연출도 아니고 재미도 아니었다. MBC와 SBS는 그 점을 놓쳤다. 개표방송은 쇼프로가 아니다. 그리고 설령 쇼프로라 하더라도 시청자는 수준 낮은 농담이나 받아주고 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정치도 신나는 정치, 재미있는 정치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알록달록 예쁘게 꾸미고 화려하게 치장해봤자 소용없다. 이번 선거는 공약도 정책도 경력도 이미지도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했다.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라는 거지 뭐.

무미건조해도 좋으니까, KBS만큼만 해줬으면 좋겠는데.

http://www.acnielsenmedia.com/
시청률 조사기관 - AC닐슨
축구, 대형 드라마 등을 제외할때, 전체적인 추이는 KBS > SBS > MBC 순이다. MBC, 이젠 SBS에도 밀리네. 어떡해.

http://www.xacdo.net/tt/rserver.php?mode=tb&sl=298

  • 나니 06/06/01 12:43  덧글 수정/삭제
    전 mbc 매니아 수준입니다만 (일주일간 보는 프로그램 중 99퍼센트는 mbc 프로그램들;
    이번 개표방송은 정말 gg였습니다.
    생뚱맞게 월드컵 특집 생방송이라니.. 거기다가 엄연히 뉴스 분위김에도 불구하고 진행자 중 한명이 현영인데다가 패널(?) 중 두명씩이나 코미디언. (어쩌라고!) 프로그램 오프닝도 무시하고 cf에서 곧바로 cf로 연결되는 날방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요즘들어 실망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발 mbc는 그만 날방하고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쫌' 기울이는 못브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 xacdo 06/06/02 05:32  수정/삭제
      시청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는 없죠. 자기들이 뭘 원하지도 못하는 집단인지라. 시청자를 리드하려면 시청자보다 앞서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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