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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음악

2011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11/07/16 10:43(년/월/일 시:분)

먼저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이번 2011년 가요제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프로듀싱, 디렉팅의 측면이 크게 부각되었다. 뭔가 어떤 노래를 만들려고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 보였어.

2007년 처음 할 때만 해도 내가 어떻게 노래를 만들어... 라는 겁먹은 모습이 주였고, 2009년에도 협력하는 가수에게 끌려가는 모습이었다면, 이제 2011년 와서는 3번째이기도 하고 방송 짬도 먹었다 이거지. 이제는 머리속에 방송의 그림이 그려지고, 어떻게 해야 재밌게 나오겠다는게 보이더라.

그래서 이번 가요제는 노래보다도 방송이 더 잘 나왔던 것 같다. 약간 안타깝게도 2009년에 비해서 각각 노래의 흥행성은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방송은 훨씬 재미있게 나왔다.

물론 음원공개 직후 모든 음원 차트를 1위부터 7위까지 올 킬하는 기염을 토하긴 했지만, 2009년때처럼 여름 내내 차트에 머물러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방송 순서대로 각 노래에 대해 평을 하자면.


1. 파리돼지앵(정형돈, 정재형) - 순정마초

이 사람이 이런 캐릭터였다니! 이번 가요제는 정재형의 발견이었다. 그냥 예능 하셔도 될 것 같다. 너무 웃기다 ㅎㅎ

노래는 정재형의 캐릭터를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너무 진지하게 나온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웃기려는 의도가 보이긴 한다. 근데 웃기려고 하는 의도가 가사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반주가 너무 류이치 사카모토마냥 고급스러워서 웃으려다가도 웃음이 쏙 들어간다.

어찌됬건 정말 특이한 노래에 특이한 편곡이었다. 그리고 정형돈의 보컬 톤에 잘 어울리기도 했다. 처음 파트너를 고를 때부터 정형돈의 톤을 생각하고 고른 것 같다.

근데 정말 정형돈 말대로 노래가 좀 임팩트가 없긴 해... 그래도 이런 가요제에 내놓지 않으면 완전히 묻혀버릴 노래라서, 정재형의 개인적인 욕심이 돋보였다는 면에서는 정재형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2. 바닷길(길, 바다) -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

최근 무한도전에서 가장 부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길의 노래다.

원래 길의 캐릭터는 처음 '김연아 솜털' 발언처럼 막 지르는 맛이 좋았는데, 박정아 결별 등의 사건을 거치며 자신감을 잃고 예전처럼 막 지르지 않으면서 급격히 재미가 없어졌다.

특히 이번 노래도, 방송으로 보면 바다가 열심히 어머니의 그리움을 코드로 잡아서 뭔가 끌어내려고 했는데, 노래는 어머니와는 별 상관도 없는 엉뚱한 게 나와서 다소 핀트가 빗나갔다.

게다가 노래가 딱 앨범 만들 때 한 7~8번 트랙 쯤에 위치할, 타이틀곡도 아니고 후속곡도 아니고 그냥 앨범 양 채우려고 집어넣는 그렇고 그런 곡의 느낌이라서.... 아이고 이게 뭐야. 성의가 너무 없잖아.

길도 바빴을 테고, 바다도 바빴을 테지만, 최근 길이 힘이 다 빠져서 적당히 게으르게 묻어가려는 모습이 보여서 보기 안 좋았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바다가 좀 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더 방송분량도 나오고 노래도 좋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바다의 보컬은 정말 SES 초창기 시절 풍으로 나와서, 나는 오히려 바다나 SES보다도 보아 3집을 듣는 느낌이었다.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잘 부르긴 했는데, 너무 매끄럽게 잘 불러버려서 길이 더욱 묻히는 느낌이었다...



3. GG(박명수, G-드래곤) - 바람났어

지용이는 원래 자기가 노래 하나를 만들었다가 박명수에게 퇴짜를 맞고 다시 만들었다. 처음 곡은 전형적인 빅뱅 스타일이었는데, 나중에 나온 이 곡은 전형적인 박명수 스타일이다.

이 곡이 훨씬 성의가 없이 억지로 대충 만들었는데, 오히려 그 텅텅 빈 느낌이 박명수와 잘 맞아 떨어졌다. 게다가 도입부 랩 -> 주고받는 랩 -> 후렴구 랩 -> 박봄 후렴구에서 빵 터트리는 구성이 아주 세련되어서, 무대가 잘 살았던 것 같다.

지용이가 박명수에게 맞춰준 거고, 박명수는 평소 하던대로 한 거고, 박명수가 말했던 대로 박봄까지 나와줘서 전체적인 구성까지 잘 살았다.

지용이는 박명수에게 맞춰준다는 스트레스를 제외하면 정말 노력을 덜 들인 것 같고, 전체적인 곡 구성은 YG 소속의 편곡자들이 해준 것 같은데, 이렇게 들인 노력에 비하면 결과물이 썩 괜찮게 나온 것 같다.


4. 센치한 하하(하하, 십센치) - 죽을래 사귈래

이번 가요제에서 가장 아쉬웠던 노래였다. 정말 좋을 뻔 했는데, 편곡이 망쳐버렸다.

하하는 십센치의 전형적인 프리한 홍대 느낌을 살리려고 했던 것 같다. 좀 더 악기도 적고, 구성도 간단하고, 소규모이고 아기자기하면서 재기발랄하고,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편안하고 단순한 느낌을 살리려고 했던 것 같다.

이런 컨셉에는 처음 나와던 찹쌀떡이 더 좋다. 훨씬 단순하고, 지난 번 가요제때 해봤던 레게 컨셉이고, 하하의 보컬 톤을 잘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전혀 엉뚱하게 튀어나온 "죽을래 사귈래"였는데, 내가 듣기에도 솔직히, 이 노래의 후렴구가 더 임팩트가 있다. 강렬하고, 귀에 쏙 박히고, 파워가 있다. 문제는 이걸 과연 잘 살릴 수 있느냐인데, 십센치의 말대로 그건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그런데 십센치는 지금까지, 방금 전 말했던 것처럼 작고 단순한 소규모의 프리한 홍대 스타일의 음악만 해왔다. 그런데 "죽을래 사귈래"를 살리려면 좀 더 규모를 키우고, 볼륨을 키우고, 곡 구성을 치밀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과연 그들은 이런 새로운 도전에 성공했는가?

답은 아니오다. 십센치는 결국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밴드인 데이브레이크와 합작하여 로큰롤 스타일로 편곡했다. 그것도 무려 James Brown - I Feel Good 스타일로.

나는 이 노래가 로큰롤 스타일로 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Green Day 스타일, Neo Punk 스타일로 막 쪼였다가 빵 터트리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후렴구의 "너 정말 죽을래? 사귈래? 아니면 나랑 살래? 어떡할래?"는 드럼을 산만하게 치지 말고, 최대한 줄이고 보컬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건 솔직히 데이브레이크보다는 노브레인, 크라잉넛 쪽이 어울린다.

거기다가 음역도 십센치에게 다소 높은 감이 있었고, 하하에게도 역시나 물론 너무 높았다. 임팩트를 주려고 키를 높인 것 같은데, 오히려 역효과였다. 아오...너무 안타까웠다.

역시 십센치는 복잡한 구성보다는, 통기타에 퍼쿠션을 두들기는 쪽이 어울렸던 것 같다....



5. 스윗콧소로우(정준하, 스윗소로우) - 정주나요

이번 가요제의 실질적인 대상감이다. 노래만 보자면.

이 노래가 만약 하하와 십센치가 찹쌀떡으로 노멀하게 갔다면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스윗소로우의 선택은 정말 안전한 선택이었다. 평소 정준하가 항상 하던 뮤지컬 스타일이었고, 남는 부분을 스윗소로우의 평소 스타일로 채운다.

곡 구성도 정말 단순한 머니코드 진행이고, 여기에 정준하의 콧소리를 죽이는게 아니라 아예 느끼하게 살려버렸다. 정말 잘 살았다.

여기에 스윗소로우의 보이싱도 참으로 적절했고, 곡 구성도 멋졌고, 특히 마지막에 4단 연속 상향 전조도 인상적이었다.

비록 방송분량은 많이 안 살았지만 노래는 매우 좋았다.



6. 처진 달팽이(유재석, 이적) - 압구정 날라리

사실 방송분량이 안 나오기는 정준하보다도 이 쪽이 더 심했다.

원래 유재석은 스스로 웃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상대방의 헛점이나 못난 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면서 웃기는 스타일이라... 이적이 워낙 번듯한 유부남 포스를 풍기다보니 도저히 개그가 안 나오더라. 진지해지기만 하고.

그리고 이적도 매너남이다보니 유재석이 말을 시작하면 끝날때까지 기다려주고, 그러다보니 대화의 맥이 끊기고, 결국 유재석 단독 진행으로 흘러가다보니 긴장감이 어지간한 아침토크쇼 수준으로 떨어져버렸다.

그런데 이적이 이렇게 유재석에게 맞춰주고, 기다려주고, 유재석이 방송에서 잘 보여주지 못했던 점을 끌어내고 부각해서 공감을 사도록 만드려는 시도는 성공했던 것 같다. 덕분에 이 노래 "압구정 날라리"도 평소 이적이 하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

원래 만들었던 "말하는대로"는 이적 스타일이었고, 나중에 갑자기 만든 "압구정 날라리"는 유재석 스타일이었다. 이런 패턴은 박명수와도 비슷하다. 결국 노래가 좋고 나쁜 건, 들이는 노력과는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이번 가요제를 통해서 이적이나 지용이나, 평소 하던대로 혼자 만들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노래가 나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무한도전을 하지 않았으면 앞으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런 노래를 만들지는 않았을텐데, 일개의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이들의 음악 인생에 한 점을 찍도록 만드는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적.... 기타 정말 잘 치더라. 피아노도 정말 잘 치더라. 언뜻 멜로디만 들으면서 바로 코드를 집는 것도 대단했고, 정재형의 노래가 어떻게 나올지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모습, 스윗소로우를 음악으로 놀리는 모습... 정말 타고난 음악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1시간 즉흥 연주회도 가능할 것 같아. 나도 한 10년 음악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부러웠다.


7. 철싸(노홍철, 싸이) - 흔들어 주세요

다른 팀들과 달리, 노홍철는 전혀 주도하지 못했다. 싸이에게 영향을 주지도 못했다. 이 노래는 100% 싸이가 프로듀싱한 노래다.

음... 일단은 싸이가 공연 스케쥴이 바빴던 것 같고, 그래서 그만큼 노홍철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잘 나오긴 했고, 싸이도 노홍철의 캐릭터를 잘 이해해서 잘 소화하기도 했고, 노래 및 공연의 품질도 뛰어나긴 했다. 게다가 노홍철은 박치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공연을 보여주다니, 정말 연습량이 많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각자 싸이와 노홍철의 개인 플레이, 각각 들인 시간은 많았지만 함께한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 보여서, 이것은 사실 무한도전과는 상관이 없는지라 조금 아쉽긴 했다. 싸이는 싸이가 하던 대로 했고, 노홍철도 노홍철이 하던 대로 했다.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조금 더 아쉬웠던 것으로, 실제 공연 때 번쩍거리는 의상에 녹색 레이저를 쏘는 타임이 있었는데, 그 직전에 폭죽이 너무 많이 터져서, 무대에 연기가 자욱해서 레이저가 잘 안 보였다... 리허설에서 폭죽을 못 터트려봤었나보다.


그리고 맨 앞의 도입부가 장윤정 흙침대와 코드진행이 똑같은 것은 의도한 것 같고, 도입부의 노홍철 목소리 톤이 순수한 듯 하면서도 너무너무 변태같은 것도 의도한 것 같고, '니미니미니미니미'가 욕같이 들리는 것도 역시 의도한 것 같다.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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