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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의 능력을 평가하고 나의 미래를 예측해보자

08/03/22 22:17(년/월/일 시:분)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러듯이 나의 부모도 "얘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성적이 안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학교때 과학고를 목표로 특별한 학원에서 3년간 수학 올림피아드 공부를 했다.

중학생이 맨날 밤 11시까지 학원에서 수학 증명하는 문제를 푸는 경험은 아주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썩 나쁘지도 않았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영재 교육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애초에 영재가 아닌 사람에게 영재 교육을 시켜봤자 소용이 없기는 하지만, 다행히도 나한테는 좀 먹혔던 것 같다. 나는 수업을 그럭저럭 따라갈 순 있었으니까.

학원 선생은 어딘가에서 중국 올림피아드 문제를 유출해서 우리에게 풀게 시켰는데, 이 문제지가 시중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해답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정말 순수하게 우리 힘으로 풀어야만 했다. 한 문제를 푸는데 30분에서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풀어도 답이 맞는지 맞춰볼 수도 없다. 가끔은 선생도 모르는 문제가 나오기도 하고.

이런 막연한 상황에서도 나는 약 20명 정도 되는 과학고 대비반에서 비교적 뒤쳐지는 편이었고,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갔지만 입상하지 못했고, 과학고에도 떨어졌다. 즉 나는 올림피아드 수업을 따라갈 정도는 됐지만, 남들과 경쟁하면 비교적 뒤쳐졌다.

이런 경향은 계속 이어졌다. 고등학교때도 반에서 40여명 중 3~5등은 하지만 1등을 하거나 전교 10등 안에 들거나 하지는 못했다. 나중에 수능 점수도 상위 8%가 나와서, 비교적 유명한 대학은 충분히 갈 수 있지만 뭐 서울대 연고대 또는 약학과 한의학과 등의 인기 과는 갈 수 없었다.

이런 경향은 계속 이어졌다. 나는 창작가요제 예선에도 나가봤고, 만화 시나리오 공모전에도 작품을 내봤지만, 그 중에서 특출난 편은 아니라 장려상 정도도 받지 못했다. 실패가 반복되면서 내가 느낀 건, 나는 경쟁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 세종가요제에서는 나를 예선에는 떨어졌지만, 상과 관계없이 특별히 공연을 시켜주기도 했다. 그리고 경쟁이 없는 피바다 학생 인터넷 전시회 같은 곳에 작품을 내기도 했고, 경쟁이 비교적 덜한 한페이지 단편소설에서도 베스트로 뽑히기도 했다.

http://ko.wikipedia.org/wiki/%ED%94%BC%EB%B0%94%EB%8B%A4_%ED%95%99%EC%83%9D_%EC%A0%84%EB%AC%B8%EA%B3%B5%EC%9E%91%EC%86%8C
피바다 학생 전문공작소

http://www.1pagestory.com/main/view.php?id=best&no=11
한페이지 단편소설 베스트 - 완료되지 않는 파일을 완료하기 위하여


그 후로 여러가지 자격증 시험을 봤는데, 마찬가지 경향이 나왔다. 점수가 비교적 높은 편이긴 한데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토익 890점, 토플 91점(iBT)이다. 너그럽게 보면 높은 편인데, 엄격하게 바짝 조이면 뒤쳐지는 편이다.

그러니까 나는 경쟁을 해서 대상을 타거나 금메달을 따지는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비경쟁부문에서는 그럭저럭 선전하는 편이다. 상위 1~3%에는 못 들지만 상위 10~30% 정도에는 드는 편이다. 애매한 위치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미래를 예측해보자. 이건 민덕기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지나가는 말로 하신 건데.

예를 들어 내가 회사에 가서 줄을 섰을때, 나의 10~20년 후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지금 회사의 40~50대를 보면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확률적으로 100명이 기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면 100명 중에 1명은 부장이 돼 있고, 4~5명이 과장이 돼 있고, 그 밑에 90여명의 직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90명의 밑에 직원은 그 다음 다음에 계속 들어온 후배 직원이므로, 맨 처음 들어온 100명 중에 실제 살아남은 사람을 꼽아보자면 지금 부장이나 과장으로 남아있을 1~2명이고, 나머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교 쪽도 마찬가지다. 확률적으로 보면 100명 중에 1명 정도만이 교수까지 되어 살아남을 것이다.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경쟁이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1484839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사람들에게 업오어아웃 철학(Up-or-out Policy)을 불어넣어야 한다. 새롭고 치열한 세상에서는 오직 최고만이 통한다. 다시 말해, 업오어다운이다! ................너무 잔인하다고?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http://endic.naver.com/search.nhn?query=up%20or%20out
up-or-out
n. 《미》 【경영】 업오어아웃 《일정 연한내에 승진하든지 아니면 그 기업[조직]에서 떠나야 한다는 일부 기업의 불문율》



지금까지의 경향으로 볼때, 내가 기업에 들어간다면 100명 중 1명, 부장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낮은 편이다. 그 이유가 사내정치에서 밀려서일수도 있겠고, 실적이 나빠서일수도 있겠고, 내가 못 견딜수도 있겠고, 여러가지일 수는 있겠지만.

그러므로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분야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내가 비교적 남들과의 경쟁에 강한 분야를 찾아내서 집중한다. 2. 만약을 대비하여 나처럼 경쟁에서 밀린, 어중간하게 뛰어난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을 벤치마킹한다.

http://www.xacdo.net/tt/rserver.php?mode=tb&sl=1056

  • 08/03/23 11:59  덧글 수정/삭제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ㅇㅇ 08/03/29 07:17  덧글 수정/삭제
    3번으로는 어찌 보면 2번에 해당할지도 모르지만 경쟁에 의미를 두지 않고 소소한 삶에서 재미를 찾는 방법이 있겠네요. 그리고 대기업 부장이 되기 위해서는 일을 처리하는 능력 못지않게 성실함(1번에 해당할 듯)도 크니 그걸 무기로 내세울 수도 있겠죠(저는 성실함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대단한 재능이라 생각합니다만). 아버지께서 한화기계 상무로 계신데 회사에서는 능력이 상위권인 사람보다 회사가 원하는 조건에 충족하는 사람을 더 선호해서 자기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아직도 보통의 기업에서는 주변을 흩트리는 천재보다는 보통보다 약간 뛰어나며 회사에 충실한 사람을 선호하고(it 업계는 개방적이라 조금 다를지도) 그래서인지 눈에 띄게 능력이 뛰어나면 대개는 그만두고 직접 회사를 내는 등 다른 일을 하게 된다니 여가시간을 줄여가며 회사에 충성할 수 있으시다면 작도님이 회사 내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겠지요.(부작용으로는 가족에게는 외면 받을 확률이 큽니다. 특히 자식들에게.)
  • 최당수 10/10/27 11:38  덧글 수정/삭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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