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9/01/14 00:43(년/월/일 시:분)
얼마 전 미네르바가 이상한 글을 올렸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478568
마지막에 기댈 것은 결국 희망입니다.
2009.01.05
머슴살이라는 것도 했습니다. (중략) 전후 50년대. 전쟁은 53년 후에 끝나고 말 그대로 미군정이라는 것이 세워질 그 당시 서울의 모습이라는 것은 처참함. 그리고 아이들의 울부짓음. 공중 폭격이라는 것이 지금 영화나. 저도 봤습니다만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고하나요?
...머슴살이? 밴드 오브 브라더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글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가장 큰 의문점은, 시대가 맞지 않는다는 거였다.
http://stock.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09010512040018933&type=1
"미네르바가 1953년 20대였다면,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60대 초반이던 1990년대 초 서브프라임 판을 짰을 것"이라며 "미네르바는 1997년 IMF 때 60대 후반, 현재 79세 전후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80세의 노인이 시중 자금사정을 빠삭하게 알고 각종 그래프를 분석하는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6·25를 겪었던 60~70 노인이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에서 실무를 맡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도 이 글을 보고
미네르바가 갑자기 왠 소설을 쓰나 싶었는데...
다음날 미네르바가 무려,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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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합성입니다 |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마약? 조직?)의 발표에 따르면
미네르바의 정체는 30대 백수였다고 한다.
하는 일 없이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인터넷으로 글을 올렸다고 한다.
아마도 다음 아고라에서 신상정보를 넘겼을 테니 의심할 여지는 없을 것 같고
실제로 나의 몇 가지 의문도 해소가 되었다.
여러분도 돈을 벌어보면 아시겠지만
자기와 이해관계가 걸린 발언은 함부로 하기 어렵다.
금융권에 있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실력이 없어서 미네르바나 시골의사처럼 솔직한 얘기를 못 하는게 아니다. 이해관계가 걸려서 그렇지. 일단은 직장인이기도 하고.
그런데 미네르바는 경제 전망을 자기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마음껏 말했다. 보통은 부정적인 전망은 자신에게 불리할텐데.
인터넷에서는 '몰락한 벤처기업 사장'이라는 얘기도 나왔는데, 역시 그보다는 백수였던 편이 더 일리있는 것 같다.
그리고 노란토끼 사냥, 맥도날드 빨대로 소주를 쪽쪽 빨아 마신다, 이런 건 이해가 갔는데.
'병원'에 요양한다는 건 이해가 안 갔다. 근데 그 병원이 자기 방, 요양한다는게 무직 상태로 디씨 주식 갤러리 등을 전전하면서 취직준비를 한다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음. 그럼 '고구마' 파는 늙은이도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그 고구마인가...
고구마 장사가 힘들어요. 백원만 주세요.
http://kdaq.empas.com/qna/view.html?n=3169173
요즘 폐인들이 '고구마가 안팔려요~'란 말을 쓰는거같은데 그게 어디서 나온 말인가요?
음... 이번 사건을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반대 세력의 약점을 잘 잡아내는 것 같다.
지난번 광우병 촛불시위때도
집회비를 안마방에 유용한 사건을 잡아내는가 하면
이번 미네르바도 자신의 정체를 속였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데
음.... 일단 50대 증권맨이라는 얘기는 미네르바가 직접적으로 밝힌 건 아니고, 재정경제부에서 프로파일링으로 알아낸 것이다.
프로파일링이야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치고.
문제는 미네르바가 허풍기가 있었다는 건데.
중간에 미네르바가 글을 싹 지우고 잠적했을때
그가 평소 하던 말처럼 아무런 욕심이 없고 그저 나라를 위해서 글을 올렸다면 그것으로 끝났어야 할텐데
몇번이고 다시 나타났다.
아무래도 자기 과시욕이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과시욕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재경부에서 내놓은 추측에 플러스 알파로 여러가지 신화를 곁들이기까지..;;
물론 미네르바가 100% 맞은 것도 아니고
개중에는 허풍도 있고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의 발언도 간혹 있고
게다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약점만 잡으면 얼마든지 무너트릴 수 있는 손쉬운 상대였다.
하지만 그래도 미네르바의 발언의 70% 정도는 맞는 편이었고
인터넷만 잘 뒤지면 비슷한 전망 글을 많이 찾을 수 있다고 해도
30대 백수가 맨날 인터넷질만 해서 그 정도의 종합력을 가졌다는 건
태도의 문제가 있다고 해도 정말 대단했다.
특히 미네르바의 암호를 해독했던 진짜짱님을 비롯하여
인터넷에는 그런 경제 오타쿠들이 속속 생겨나는 것 같다.
진짜짱님의 경우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서
남의 공터에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
추운 겨울을 최소 비용으로 버티면서
맨날 외국 블로그, 경제지 등을 번역하면서 기초체력을 쌓고 있다.
http://xacdo.net/tt/index.php?pl=1419
다음 아고라, 미네르바의 예언
http://agora.media.daum.net/profile/list?key=hESKfLHLY-c0&group_id=1
짱
미네르바 암호해독
http://captainharok.tistory.com/262
짱의 생존술. 컨테이너 생활
http://captainharok.tistory.com/264
이게 제가 살고 있는 컨테이너 내부 입니다.
http://captainharok.tistory.com/76
미국과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음침한 전망
미국의 미네르바, 루비니교수
http://captainharok.tistory.com/281
[해독-MAXQ] 미국경제 언제 좋아지나?
신인발굴 MAXQ
그러면서 미네르바의 글이 올라오면 열심히 코멘트 달아서 올리고
은유적 표현을 사용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석해서 이슈화하고
정말 전력을 다해서 흐름을 만들고 따라가려는 노력을 하루 종일 하고 있다.
결론.
인터넷에는 미네르바 말고도
어려운 형편에도 어려운 자료들을 인터넷으로 하루종일 보면서
이를 바득바득 가는 사람들이
많진 않지만 적지도 않은 것 같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511626
경방을 빛낸 100명의 고수들
http://itviewpoint.com/94976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검색형 인간'의 등장을 예고한 것
드디어 '호모 서치쿠스'의 대중적인 표준 모델 등장. '검색(Open Search)'만 하면 누구나 ▲고급 정보에 준하는 자료를 볼 수 있고, ▲이를 잘 탐독하면 (준)전문가가 되고, ▲아무리 사소한 정도라도 뒤지면 뭐든 알 수 있는 세상. 인터넷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정보접근의 평등권이 그대로 반영된 셈. 정보가 곧 돈인 상황에서 정보 접근이 평등해지면 우리 사회가 더 건전해 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제2, 제3의 서태지가 나오지 않듯이.
이것은 마치
컴퓨터 통신 초기의 해커들을 보는 것 같다.
앞으로 갈길은 멀었지만 첫 발은 내딛었다고 본다.
나는 컴퓨터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미네르바 같이 비싼 대학을 다니거나 대기업에서 일하지 않고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경제 오타쿠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기에 법적, 윤리적, 사회적 문제까지도 고려하는
차분하고 예의바르고 흠 잡을데 없는 전인격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