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4/11/18 07:08(년/월/일 시:분)
최근 나의 관심은 성취다. 뭔가 이루고 싶다. 점점 줄어드는 나의 여생에서, 그래도 이번 삶에서 이건 좀 해보고 싶다,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짧게는 1~2년 걸리는 것부터, 길게는 10~20년이 걸리는 것까지 있다. 또 어떤 건 인생 모두를 걸고, 평생을 다 바쳐야 겨우 될까말까한 것도 있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 만이 아니라 약간의 운까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일도 있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이다, 내가 왜 굳이 그러려고 하지? 왜 그런 큰 성취를 달성해야 하지? 라고 나에게 물어보면, 딱히 이유가 있지는 않다. 물론 이런저런 말로 논리와 스토리를 짜낼 수는 있지만, 그런걸 제쳐두고 정말 나를 강렬하게 끌어들인 첫 단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는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미약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우리 회사 사장님의 연봉이 30억원인데, 그 일이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 적어도 수명이 5년 정도는 줄어들 것 같다. 5년 일찍 죽는 대신에 30억원을 준다면, 당신이라면 받아들이겠는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겠는가?
신해철이 비정상회담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꿈을 이루면 모든 게 다 이뤄진 것처럼 생각되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도 있고, 그 꿈이 행복과 직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네가 무슨 꿈을 이루는지에 대해서는 신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다. 그러니 오늘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 그것이 훨씬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023&aid=0002850691
하긴 성경을 봐도 하나님이 인간들의 꿈에 관심을 둔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에 인간적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룬 인간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건 종교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꿈을 꾸는가? 왜 이루려고 하는가? 왜 꼭 그래야 하는가? 그렇게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개인적일수밖에 없다. 소명이기보다는 욕망이다. 당위성이기보다는 진정성이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이다.
헛된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질 것들이다.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조바심이 나고 절실해진다. 마치 마트에서 쓰잘데기없는 닌자고 인형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사내아이처럼, 나는 이번 생이 끝나기전에 이 덧없는 걸 꼭 해보고 싶다. 지금 이 시간이 지나가면 지금 이 닌자고 인형을 다시는 가지지 못할 것을 알기에, 더욱 기를 쓰고 주위의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하도록, 그들의 모든 자원과 역량이 나에게 향하도록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도리를 반할 수도 있고, 혹은 그래서는 안되는 금기일 수도 있다. 어쩌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광기어린 울부짖음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내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그 설익은 포효가 내 마음을 찡하게 울린다. 덧없고, 미약하고, 어리석은 그 울림이 어쩌면, 이 짧은 인생에 반짝 하고 스쳐가는 빛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