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0/02/08 03:59(년/월/일 시:분)
주파수 별 분배법.
키워드는 '양보'다. 어차피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안에 사운드를 우겨 넣어야 한다. 그러므로 하나가 들어가려면 다른 하나가 비켜주어야 한다.
크게 저음, 중음, 고음으로 나누어 보자.
1. 저음(베이스)
저음은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어차피 대부분의 싸구려 스피커나 이어폰에서 저음은 잘 들리지 않으니까. 최대한 신경을 끄자.
보통 저음에서 충돌하는 악기는 베이스 드럼과 베이스 기타다. 둘 다 비슷한 저음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둘 다 살리기가 어렵다.
예전에 유희열이 자기 라디오 프로에서 작곡 교실을 할 때, 베이스 드럼을 어디에 찍어야 할 지 모를때면 그냥 베이스 기타와 같은 위치에 하나씩 찍는다고 했을 정도로... 둘은 시간적으로도 분리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이 충돌을 어떻게 해결하나? 보통은 그냥 반씩 넣는다.
gorillaz - double bass 에서는 베이스 밑에 베이스를 넣기도 했다. 저음을 둘로 쪼개서, 더 낮은 저음과 더 높은 저음으로 분리해서 넣은 것.
또는 요즘에는 아예 베이스 드럼을 중음역까지 높여서 딱! 딱! 거리는 소리로 분리하기도 한다. 그러면 다른 악기와 중음역이 다소 겹치기는 하지만, 어차피 베이스 드럼은 시간적으로 짧으므로 잠시 다른 악기가 그동안 안 들려도 리듬을 타는데는 크게 상관이 없다.
이렇게 베이스 드럼을 중음역으로 크게 확대시킨 주범은 808 드럼이라고 할 수 있다. 댄스음악에서 즐겨 쓰이는 롤랜드 TR-808 드럼머신의 베이스 드럼이 무척 인상적이다.
http://en.wikipedia.org/wiki/Roland_TR-808
예제) 쿨 - 또자 쿨쿨
Nine Inch Nails - Where Is Everybody
...이 노래에서는 베이스 드럼을 귀가 얼얼할 정도로 크게 집어넣었다. 이렇게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베이스 드럼을 전 음역대가 꽉 차도록 잔뜩 디스토션 시킨다.
2. 베이스 드럼만 빼고 나머지를 믹스한다.
3. 베이스 드럼 70 + 나머지 30 정도로 믹스한다.
4. 그 결과물을 다시 잔뜩 Hard Limiting 한다.
그러면 베이스 드럼이 매우 크게 들어가고, 나머지 사운드는 베이스 드럼이 없을때만 가득차는 시간차 배분이 가능하다.
이때는 베이스 드럼의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서, 나머지도 잘 들리도록 하자.
서태지 - 7집 이후의 모든 곡
...저음역은 베이스 기타에게 완전히 내어주고, 베이스 드럼은 중음역까지 확대시켰다.
심지어는 베이스 기타의 자글거리는 스트로크를 고음역까지 확대시켜서 베이스 기타의 존재감을 크게 키우는 믹싱도 일부 도입했다. (인터넷 전쟁)
2. 고음(트레블)
고음은 사실 상당히 골치아픈 영역이다. 왜냐하면 고음역은 소란스럽기 때문이다. 시끄럽다. 다른 음역에 비해서 귀에 거슬린다.
하지만 잘만 쓰면 소란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윤도현밴드 5집 - An Urbanite 같은 경우는 아예 고음역을 삭제해버렸다. 고음역을 죽여도 음을 전달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고, 락의 소란스러움을 다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방법이다.
반면 최근 미국 락/팝들. 예를 들어 Kelly clarkson - My life would suck without you 라던가, Lady Gaga - Bad Romance 같은 경우는 고음역을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정말 시끄럽지만 그만큼 더 파워풀하다.
고음역의 주파수별 느낌은 아래를 참조.
http://www.xacdo.net/tt/index.php?pl=622
이퀄라이저 지침서 (7밴드의 경우)
2.5㎑ - 이 부근의 소리는 귀에 가장 민감하여 싫증이 나는 소리입니다. 만일 음이 딱딱하고 금속성 적인 느낌이 있으면 이를 조정하십시오.
6㎑ - 이를 올리면 현악기 및 관악기가 포함되어 이는 음악에서 음이 더 화려하게 들립니다. 보통의 톤 콘트롤(Treble)도 이 대역의 음을 강조시키지만, 불필요한 주파수의 영향으로 효과가 떨어집니다. 이 밴드는 미묘한 음색의 변화를 줍니다. 너무 높게 조절하면 아주 금속성의 소리가 됩니다. 듣기 편하고 부드럽게 되도록 조정하십시오.
15㎑ - 이는 듣기 어려운 주파수까지 조절이 가능합니다. 심벌이나 트라이앵글 같은 짧은 반향을 가진 악기의 음을 보다 더 풍부하게 하여 줍니다.
3. 중음 (미들)
이것이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음역이 바로 중음역이다!!!
믹싱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중음역을 어떻게 나눠가지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먼저 접근할 방법은 편곡이다. 일단 도레미파솔라시도.. 하는 음이 겹치지 않아야 주파수도 겹치지 않는다.
음색을 구성하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라~ 라고 하면 라에 해당하는 440Hz의 싸인파가 나온다. 이 위로 440Hz x1.5, x2, x2.5, x3... 이런 식으로 싸인파를 켜켜히 쌓아가면 그 악기만의 독특한 음색, 레조넌스가 나온다.
그러므로 애초에 베이스 음(440Hz)이 겹친다면 나머지도 당연히 겹치겠지. 편곡을 잘 해서 음이 겹치지 않도록 하자.
힌트라면 텐션이 적을수록 믹싱이 쉽다는 것. 텐션이 심할수록 음 간에 서로 간격이 좁아서 훨씬 쉽게 겹친다. 그린 데이처럼 최대한 단순한 코드를 쓰면 믹싱도 마찬가지로 쉽다.
또, 레조넌스가 단순한 악기가 믹싱이 잘된다. 베이스 음을 기준으로 어떤 악기는 레조넌스가 넓직넓직하게 들어가는 것도 있고, 어떤건 촘촘하게 들어가는 것도 있다.
그러면 이것이 음이 겹치는게 빗 두개를 겹치는 것처럼 겹치는데, 이게 이빨이 듬성듬성하면 잘 안 겹치겠지. 그만큼 쏙쏙 잘 들어간다는 얘기다.
* 그래도 겹친다면!!
정말 나누고 나눴는데도 겹친다면 어쩔까..
1. 좌우를 나눈다. (pan)
흔히 하는 식으로 리듬 기타는 왼쪽에, 리드 기타는 오른쪽에.
근데 듣는 사람이 스테레오로 들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좌우를 안 나누거나, 최대한 좁게 나누는 것이 좋다.
2. 바이노럴 공간을 나눈다. (stereo imager, 3d panorama)
최근 기법으로, 3D 공간으로 각 악기의 위치를 나누는 방법이다.
한 악기는 가까이, 한 악기는 멀리. 이렇게 공간감을 조정하여 각 악기의 들어갈 자리를 만든다.
문제는 이것 역시 듣는 사람이 꽤 고급 이어폰을 사용해야 느낄 수 있다는 것.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중요하지 않은 악기에 한해서 조금씩 사용하자.
4. 정리
(1) 저음역은 베이스 드럼과 베이스 기타에게 주고.
(2) 고음역은 심벌/하이햇, 그리고 기타 스트로크에게 주고.
(3) 중음역은 나머지 기타, 패드, 보컬에게 적절히 나눠주자.
* 이때 기타, 패드, 보컬의 저음역을 잘라버리면, 베이스 드럼/기타가 잘 들어간다.
즉 악기를 하나하나, 각 주파수 영역을 잘라보면서, 어? 이 악기는 저음역을 잘라도 잘 들리네? 싶으면 자른다.
믹싱의 기본은 이것이다.
(1) 각 악기를 따로따로 녹음한다.
(2) EQ로 각 주파수를 줄여본다. 줄여도 악기가 잘 들리면 성공.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여놓자.
(3) 각 악기들을 하나하나 섞으면서 서로 명확히 분리되어 들리는지 확인하자. 서로 주파수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둘 중 하나를 잘라내야겠지.
(4) 다 섞을때까지 반복.
즉 믹싱은 양보다. 선택이다. 어떤 음역을 어떤 악기에게 줄지 결정하는 의자뺐기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