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06/03/05 11:52(년/월/일 시:분)
오늘자로 왕의 남자가 역대 흥행 1위로 등극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다니.
물론 나도 왕의 남자를 재미있게 본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이런 폭팔적 흥행은 의외다. 아무리 생각해도 운이 좋았던 것 같은데.
예전에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좀 의외성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물론 여기서 의외성은 '그때 그 사람들'이나 '제니 주노' 같은 소재의 의외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영화는 망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외성은 '반전 영화'라고 불리는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의외성, 그것에 관객은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 없이 절대적으로 잘 만든 영화는, 뛰어나게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사람의 흥미를 동하는 매력은 없다. 나도 같은 이유로 킹콩을 별로 보고 싶지 않았고 앞으로 볼 생각이 별로 없다. 아마도 잘 만든 영화일테고, 일단 보면 재미는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일부러 챙겨보기가 싫다.
왕의 남자는 여러가지로 말이 많은 영화였다. 일단 이준기라는 독특한 배우가 그랬고, 사극인 주제에 멜로 드라마로 읽힐 수 있는 각종 복선과 암시,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여전히 사극인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안 나오면서도 각 배우들의 스타성이 뛰어났다는 점 등.
의외의 영화가 의외의 흥행을 한 것.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리 스포일러가 많아도 그것이 영화의 의외성에 손상을 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이런 소문 저런 소문을 다 줏어들고 봐도 여전히 이 영화는 관객이 허를 찌른다. 아니 오히려 많이 줏어듣고 볼수록 더 의외성이 커지지.
나도 왕의 남자 팬이라 이런 흥행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다시는 되풀이될 수 없는 성질의 흥행이라, 함부로 따라했다가는 말아먹을 위험한 영화라서 착잡하다.
어쨌든 상업영화가 돈을 번 거는 어찌됬건 좋은 거다. 억세게 운이 좋았다. Good luck. ㅊㅋㅊ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