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06/04/02 07:31(년/월/일 시:분)
KBS 개그콘서트 - 문화살롱 2006년 3월 26일자 방송분을 보면, 우리나라 드라마의 전형성을 공격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드라마 "그 밥에 그 나물"
- 드라마의 3요소: 출생의 비밀, 불륜, 삼각관계. 또는 불치병
- 주인공이 쓸데없이 뻑하면 기억상실. 실컷 잘 나가다보면 친남매지간. 꼭 끝은 불치병으로 죽는다.
- 욕하면서도 다들 봅디다.
- 남자배우들이 화나는 일이 있을때마다 집에 오자마자 웃통을 벗어 제끼고 (근육이 뿔뚝뿔뚝, 배에 왕짜) 샤워기에서 물이 줄줄 흐르고 주먹으로 벽을 쾅 치는 장면. 여자 작가의 경우 꼭 들어가는 장면이다.
- 만화책, 드라마, 영화 등에서 짜집기. 친숙하고 좋잖아요.
- 작품의 결말: 홈 드라마 같은 경우는 맨날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도 끝에 가서는 전부 갑자기 화해하고, 멜로 드라마 같은 경우는 네티즌들이 해달라는대로 엮어주고 끝내버린다.
- 질질 끌다가 배우가 다른 스케쥴이 생기면: 작품의 진행을 위해 생뚱맞게 해외로 보내거나 그냥 죽여버린다. 어차피 인간은 언젠간 죽으니까요.
- 100% 해외 올로케 라고 해놓고는 꼭 3~4회만 지나면 다시 한국으로 기어들어온다.
물론 이런 보편적인 요소는 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매우 필요하지만, 너무 생각없이 되풀이되다 보니 이런 개그도 나오고 조롱의 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기존 드라마의 틀을 유지하면서, '게이'라는 특수한 캐릭터 배경을 이용하여 살짝 새로운 맛을 준 케이스다. 물론 이 영화에도 출생의 비밀, 불륜, 삼각관계, 불치병 같은 것이 다 나온다. 어떻게 살짝 바꿨는지 살펴보자.
- 출생의 비밀: 실컷 잘 나가다가 알고보니 친 남매지간.
사랑에 빠지고 보니 남자였어. 아아 가슴아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불륜: 결혼한 아내와 시들해진 틈에 세컨드와 놀아난다.
둘 다 여자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지만, 서로 감정을 속이지 못하고 1년에 몇번씩 원거리 연애를 한다. 그러다 그만 아내에게 들킨다.
- 삼각관계: ...설명이 필요한가?
아내와 동성친구간의 미묘한 삼각관계. 묘하게 차가운 남편과 그 낚시친구라는 남자 앞에서만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남편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면서 질투심을 참지 못하는 아내. 흑
- 불치병: 꼭 마지막에는 불치병으로 죽는다.
게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냉대를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물론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 직접적인 이유가 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그렇다)
이 외에도 여성 작가의 특성상 굳이 웃통을 벗고 근육을 강조하며 장난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던가, 처음에는 아름다운 브로크백 마운틴의 모습이 주구장창 나오다가 끝에 가서는 거의 안 나온다던가(이건 의도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촬영시간의 대부분은 초반에 잡아먹었음이 분명하다) 하는 전형성도 보인다.
이렇게 볼때 브로크백 마운틴은 사실 뻔하디 뻔한 멜로 영화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신선하게 보였던 건 게이라는 소재를 잘 활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전형성을 이용하여 인류 보편적인 진실한 감정을 담아내되, 그 수법이나 소재만 살짝 새로운 것을 사용하면 퓰리쳐 상도 타고 아카데미 상도 타는 명작이 되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