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06/07/20 12:19(년/월/일 시:분)
여자친구가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길래 깜짝 놀라서 물어봤다. 도대체 왜? "멋있잖아!" 아니 나쁜 남자 컴플렉스도 정도가 있지, 좋아하는 여자를 창녀로 만드는 남자가 뭐가 좋아? 넌 그러면 내가 너를 그렇게 해도 좋은거야? "그럼!"
물론 나도 고3때 '섬'을 시작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꼬박꼬박 챙겨 본 매니아지만, 이렇게 스물 두살 먹은 젊은 여성이 마치 무슨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것처럼 김기덕 감독 영화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 또 처음 본지라, 전지전능한 인터넷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봤다. 네이버야, 이글루스야, 여자들은 정말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
그래서 며칠동안 검색결과를 들여다 본 결과, 보통 여자들은 김기덕 감독을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긴 그렇지 뭐. 좋아하는 여자를 창녀로 만들고, 강간으로 시작해 화간으로 끝나는 것 같이 페미니스트를 발끈하게 만드는 소재도 없을 테니까. 그래서인지 김기덕 영화가 케이블TV 영화채널에서 은근히 잘 팔린다고 하고.
어찌됐건 결국 나는 끝내 내가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았고, 그 후로 자꾸만 마음이 어긋나가다 결국 그녀의 입에서 그만 만나자는 얘기가 나와 버렸다. 나는 정말 거지처럼 구차하게 사랑을 구걸했고, 심한 모멸감을 느끼며 언제고 나를 또 차버릴지 모르는 무서운 그녀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헤어졌다가 다시 처음 만난 데이트에서 우리는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을 무삭제판으로 봤다. 이 영화만 벌써 세번째라는 그녀는, 정식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영화가 끝나갈때쯤 남자의 허벅지에 내꺼라는 표시로 문신을 하는 장면이 나오자, 그녀는 나에게 "내가 문신해도 좋아할꺼야?" 라고 물어봤다.
아, 그런건가. 나는 그때서야 막연히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럼! 얼마든지. "나는 진짜로 한다면 하는 성격인데?" 알고 하는 소리야. "음, 그렇구나."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눈을 보며 나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어느 늦은 밤 종로 맥도날드의 구석에서 머리를 맞대고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보는 어느 커플의 모습은 남들의 눈에는 아마도 다정하게 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