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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상

결혼 후 (2006) - 착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07/05/05 17:42(년/월/일 시:분)

After The Wedding (Efter Brylluppet)

주말에 아무런 할 일이 없었던 우리는 동네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근데 이게 좀 후진 극장이라 그런지 최신 영화는 없고 다 옛날 영화만 재상영하고 있었다. 마침 누가 로맨틱한 영화를 보고 싶어해서, 제일 평범한 사랑 이야기로 보이는 영화를 선택했다. 대중적인 아카데미 영화상도 받았다고 하고.

포스터는 참 평범한 로맨스 영화 같다.

근데 우리가 하나 간과한 것은, 그 아카데미 상이 그냥 상이 아니라 "외국어 영화 상"이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덴마크-스웨덴 합작 영화였다. 우리는 낚인 것이었다. 미국 와서 처음 보는 영화가 덴마크 영화라니. -_-;;

물론 재미가 없지는 않았지만, 유럽 영화답게 무진장 무거웠다.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사정없이 파고 들었다. 아차, 이게 아닌데. 우리는 그저 심심한 주말에 시간이나 때우려고 놀러 나온 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건 그냥 동네 후진 극장이 아니라 완전 매니아를 위한 예술영화 극장이었던 것이었다. 어쨌든 영화는 이미 시작해버렸고, 우리는 그나마 자막이 영어로 나오는 것에 안도하며 영화를 봤다.

내용은 이렇다. 야곱(Jocob)은 지난 20년간 인도에서 아이들을 위해 교육 봉사활동을 하다가 돈이 떨어져서 덴마크로 돌아온다. 야곱은 기부를 받기 위해 요르겐(Jørgan)이라는 한 기업가에게 접근을 하는데, 마침 요르겐의 딸의 결혼식에 초청을 받는다. 서로 어색한 사이에 비지니스 때문에 참석한 결혼식, 거기에서 야곱은 자기의 20년 전 연인이자 현재는 요르겐의 아내인 헬레네(Helene)를 만난다.

기구한 만남. 야곱은 20년 전 갑자기 인도로 사라져버렸는데, 그때 헬레네가 이미 임신한 걸 몰랐던 것이었다. 오늘 결혼하는 딸 안나(Anna)가 실은 야곱의 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야곱은 어떻게 나에게 20년간 딸을 숨겼나고 화를 내고, 헬레네는 당신이 매정하게 인도로 가버렸지 않았느냐고 화를 낸다. 안나 또한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혼란스러워한다.

이런 가운데 요르겐은 안나와 야곱의 이름으로 4백만 달러의 기부를 제안한다. 단 1년의 반은 덴마크에 머물러있을 조건으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제안이고, 요르겐이 자기를 놀리는 거라고 생각해서 요한은 제안을 거절하고 나가버리지만, 요르겐은 요한을 처절하게 붙잡으며 말한다. "난 지금 죽어가고 있다고!"

요르겐은 사실 불치병에 걸려서 얼마 못 살 운명이다. 매일매일을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그는 자신의 딸 안나와, 자기의 아내인 헬레네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헬레네는 다소 히스테리컬한 면이 있어서 요르겐처럼 누군가 옆에서 듬직하게 있어주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버틸 수가 없다. 안나 또한 그의 남편이 바람둥이이기 때문에 곁에 듬직한 누군가 있어줘야 한다. 그래서 요르겐은 자신의 대역으로 요한을 선택한 것이었다.

물론 요한은 자기 아내의 옛날 남자였고, 아내는 그를 기만했다. 하지만 그는 남자로서의 본성보다 가족의 평화를 바랬다. 모든 것이 병들어 무너져가는 지금, 그는 인간으로서 가장 착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요르겐은 그 착한 선택때문에 때론 어느 밤에는 미친듯이 자기 침실에서 홀로 고통스러워한다.

It's rainning, men.
Hallelujah, it's raining.

요한 또한 인도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불쌍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기부를 포기하고 그냥 돌아갈 수가 없다. 하지만 기부를 받으면 1년의 반은 인도에 있을 수가 없다. 요한의 눈 앞에는 인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과, 헬레네의 애증에 가득한 눈과, 안나의 눈이 동시에 어른거린다.

모든 것이 잘못되어 가는 가운데, 요한은 결국 헬레네와 안나의 곁에 머무르기로 하고, 그것 때문에 또한 고통스러워 한다. 마지막 파티에서, 요르겐은 진통제를 먹으며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 모두 행복한 표정. 그리고 장례식. 끝.


이 영화를 보고 새삼, 착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생각했다. 착하게 산다고 해서 악하게 사는 것보다 고통이 별로 덜어지지는 것도 아니고, 때론 더 고통스러운 경우도 있다. 삶은 착하게 살던 악하게 살던 똑같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It's raining, men.
Hallelujah, it's raining.

이 노래는 슬픈 노래다. 그나마 우리에게 주어진 한가지 가능성은 우리가 이 슬픈 노래를 즐겁게라도 부를 수 있다는 것 뿐이다.

http://blog.naver.com/hipard/70016807830
Geri Halliwell - It's Raining Man

http://www.xacdo.net/tt/rserver.php?mode=tb&sl=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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