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8/02/22 13:06(년/월/일 시:분)
토익의 일곱 파트 중에서 내가 제일 점수가 안 나오는 부분은 파트 투(Part 2)다. 파트 투는 단 한 문장을 말하면 단 한 문장으로 대답하는 것으로, 형식은 다음과 같다.
- 단 한 문장의 질문?
A) 단 한 문장의 대답.
B) 단 한 문장의 대답.
C) 단 한 문장의 대답.
문맥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갑자기 한 마디를 툭 던지면, 그에 알맞는 한 마디를 툭 뱉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말귀를 알아먹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과 대답이 문법적으로 연결된 경우에는 어느 정도 공식대로 풀 수 있지만, 종종 문법적으로 옳은 대답이 여러 개 나올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논리의 비약이 가장 적은 걸 찍어야 하는데, 바로 이럴 때가 힘들다.
나는 습관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질문과 대답 사이의 빈 공간, 거기에 이런저런 잡념이 끈끈이처럼 달라붙는다. 단 한 문장밖에 없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문맥을 갖다 붙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예를 들면
Q: Why is Ms. Tompson taking another job?
A) It's already taken.
B) Another one will.
C) The salaries are better.
여기서는 이유를 물어봤으므로 이유를 답해야 한다. 보통 직장을 옮기는 경우는 봉급이 낫기 때문이니까, 답은 C다.
하지만 내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하면 A도 말이 된다. 톰슨이 구하려던 직장은 누군가 먼저 낚아챘을 수 있으니까. B도 말이 아주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톰슨이 직장을 옮기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대신할 테니까. 하지만 A와 B는 C와 달리 두세단계 논리의 비약이 필요하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엉뚱한 답을 찍는 것이다.
하긴 내가 예전부터 말귀가 없기는 했다. 사람들과 한창 얘기하다가 엉뚱한 얘기를 꺼내서 분위기를 깨곤 했다. 원래 그런 얘기가 아닌데 내 마음대로 내식대로 이해하곤 했다. 독창적일지는 몰라도 보편적이지는 않았다.
토익 파트 투를 풀면서 생각한다. 쓸데없이 상상하지 말자. 최대한 간단하게 생각하자. 내 멋대로 의미를 추가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상식에 기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