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3/05/15 02:13(년/월/일 시:분)
요즘에 점점 블로그 글을 덜 쓴다.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부담이 커서이기도 하다. 여기 작도닷넷은 나에게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 아니다. 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명확히 두지 않는다. 여기의 작도 캐릭터는 현실세계의 나와 같다. 그래서 현실의 나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한 집안의 가장이 되는 등 책임과 의무가 늘어나는 만큼 나는 예전처럼 가볍고 거칠게 말하기가 어려워지는 면이 있다.
근데 이상한 것은, 오프라인의 나는 여전히 수다스러운데 온라인의 나는 점점 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흔히 말하는 PC함 때문이다. PC함이란 Politically Correct,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뜻으로, 특히 진보 쪽에서는 매사에 PC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욕을 먹는다. 여성이나 장애인 인권에 대해서는 결벽증 수준으로 발언을 조심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차별적이거나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모든 이를 평등하고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교회 오빠같은 소리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PC하다는 말은 최근에야 생겼지만, 사실 나의 오랜 인터넷 경험으로 볼 때 내가 작도닷넷 등을 하면서 욕을 먹었던 대부분의 경우가 PC하지 못해서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왜 이 'PC함'이라는 말이 이제야 생겼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그러기는 예전부터 그랬다.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렇게 PC하려고 몸가짐을 단정하게 잡고 시시콜콜 올바른 소리만 하다보면 이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몸이 간지러워서 배배 꼬게 되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누가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말을 듣고 싶겠냐만은, 뭔가 이쪽 진보쪽 사람들은 어찌보면 사소한 말까지도 무척이나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답답하긴 하다.
나의 정치성향이 원래 좀 그렇다. 나를 보수와 진보로 나눈다면 당연히 진보지만, 완전 진성 진보냐 아니냐라고 나눈다면 진성까지는 못되는 것 같다. 보수는 무엇보다 사람의 원초적인 본능에 호소하는 면이 있고, 그 방향이 항상 옳지는 않지만 적어도 호소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때론 그 보수의 호소력이 정말 강렬하게 매력적일 때가 있다. 마치 화학조미료를 잔뜩 넣은 길거리 음식처럼, 먹으면 배아플걸 뻔히 알면서도 딱 한입만 먹고 싶어서 못 견딜 때가 때때로 온다.
그런 건전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생각들이 있다. 비록 올바르거나 공정한 건 아니지만 실상 그만큼 지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도 없는 게 있다. 그걸 PC하려고 이렇게 저렇게 방어적이고 겸손한 표현으로 칭칭 치감다보면, 원래 그 말의 날카로움이 그만 무뎌지고 만다. 나는 그런게 참으로 아깝고 안타깝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차마 입 밖으로 함부로 꺼내지를 못한다.
비록 내가 지금은 적절한 표현법을 찾지 못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지금 내 머리속에 언뜻언뜻 떠오르는 발칙하지만 매력적인 생각들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내 말로 불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 그건 그러네 하고 웃고 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존 스튜어트의 데일리 쇼처럼, 혹은 사우스 파크처럼, 인격 모독과 심한 독설로 가득하지만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용인해줄 수 있는 범위 안으로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