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8/07/02 11:45(년/월/일 시:분)
며칠 째 "동기와 정서의 이해"를 읽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올해 신입사원이 된 친구를 만났더니 이런 문제가 보인다. 그 친구는 불과 반년만에 의욕을 읽었다. 이 책의 용어로 하면 학습된 무기력, 내재적 동기의 감소다.
물론 근무요건은 좋다고 했다. 야근도 거의 없다고 했다(IT업계는 아님). 하지만 아무리 회사가 좋아도 회사는 회사. 효율을 강조하고, 남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직장생활은 삶의 재미, 의욕, 내적 동기, 흥미,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 같다.
실제로 특히 첫 해에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20% 정도), 회사에서도 기껏 뽑아놓은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방법은 친교. 회사 차원의 대규모 레크리에이션 행사를 열어서, 예를 들어 쥬얼리의 "베이비 원 모어 타임~"을 연습하는데 오후 업무를 빼주기도 했다고. (특히 대기업에서 이런 걸 많이 시킨다)
나는 좀, 전에 언급했던대로, 내적 동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개인의 자율성, 웰빙을 존중해주면 이직률도 자연히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근데 책을 계속 읽다보니 이 두마리 토끼, 낮은 이직률과 높은 생산성은 많은 경우 상충 관계(trade-off)였다.
삼성 같은 경우 단체보다는 개인주의로, 각 개인의 경쟁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이직률도 높아진다.
파고다 어학원도 마찬가지다. 강사들은 완전히 개인적으로 경쟁하며, 매달 역량을 평가하여 랭킹을 매긴다. 심지어는 강사들의 패션, 신체적 매력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같다고도 하고.
이런 식의 기업문화는 굳이 삼성이나 파고다만 그런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 생산성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한 모델이다. 문제는 이렇게 경쟁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경우, 도태되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고, 더 나아가서 기업에 원한을 가지고 이직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길 것이다. 패션잡지 기자의 경우 개인적인 원한을 소설로 멋지게 승화시키도 했지만, 글쎄, 항상 그렇게 멋진 건 아니니까.
그렇다고 이직률을 낮추고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쓰다가 경쟁에서 뒤쳐지면 안되는데. 기업 경영의 본질은 경쟁에서 이기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