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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아버지의 근황

08/08/23 01:39(년/월/일 시:분)

뇌경색에 걸리신 후로 노이로제가 더욱 심해졌다.

모든 일을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데, 우뇌가 손상되어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까 계속 가족에게 화풀이를 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은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하신다.


먹을 약을 일렬로 늘어놓았다. 먹을 약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생이 분류해놨다.

정신과 약이 나왔는데 의사가 자신들을 속인다고 생각하고 그 약은 빼고 드신다. 약사시기 때문에 무슨 약인지 다 아니까, 그 외에도 약을 임의대로 조정해서 드신다. 즉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그 중에서도 정신분열 약은 빼고 먹어야 하고, 안정제는 2배로 먹어야 한다. 이걸 자기가 못하니까 가족에게 시킨다.

전립선 암 치료로 관장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직접 못하니까 가족이 해줘야 한다. 입원하면 돈 든다고 통원치료를 하신다. 병원에서도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않고, 간호사들을 닥달하고, 불면 때문에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통원치료를 시켰다.


처방전, 복약지도서, 병원 일정


TV 리모콘을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가족들을 불러서 채널을 돌려달라고 한다.

어제는 으슬으슬 춥다고 보일러를 키더니, 덥다고 에어콘을 키셨다. 그리고 창문은 열어놓고 자셨다. 문을 여니까 에어컨 효과가 덜 하고, 거기에 보일러까지 켰으니 덥다고 열불 터진다고 화를 내는데 나로서는 어떡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논리적으로 대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항상 말을 하다보면 아버지와 싸운다. 그래서 나는 빠지고 동생과 어머니가 아버지의 화를 다 받아주시는데 정말 달달 볶는게 견디기 힘들어 보이고, 나로서는 어머니와 동생에게 미안하다.

뇌경색은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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