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13/10/25 00:21(년/월/일 시:분)
면세점에서 조니워커 블루라벨을 사려고 봤더니... 1인당 면세한도에 딱 걸리는 40만원이었다. 와 너무 비싸서 옆을 봤더니 글렌피딕 18년산이 귀여운 가격 9만원을 하길래 사왔다.
처음 양주에 맛을 들인게 조니워커인지라 맨날 조니워커만 마셨는데, 그 조니워커에 납품하던 양조장이 독립한게 글렌피딕이라고 해서 12년산을 마셔봤는데 꽤 맛있어서 놀랐다. 조니워커 특유의 남성적인 중후한 매력은 살짝 부족했지만, 상쾌한 서양배향으로 차별화를 준 것이 좋았다.
근데 18년산은 좀... 역시 연식이 오래됐다고 무조건 맛있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렌피딕은 12년 15년 18년이 모두 일관되게 상쾌한 과일향을 내는데, 이게 12년까지는 괜찮은데 18년은 좀 오버가 아닌가 싶었다. 18년 베이스의 깊고 중후한 맛에 상쾌한 사과향은 썩 내 마음에 드는 조합은 아니었다. 글렌피딕은 15년산이 최고라고 하더니 역시나 그럴 것 같았다(아직 안 마셔봤지만).
재미있게도 조니워커와 글렌피딕은 기본 맛이 거의 같은데, 애초에 납품하던 곳이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물론 너무 겹치면 그러니까 현대차와 기아차처럼 라인업을 애매하게 안겹치게 해서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싱글몰트라는 차이점이 생각보다 맛이 엄청나게 달라지는 느낌이 아니다. 싱글몰트건 아니건 맛이 비슷하다.
그리고 나는 싱글몰트가 뭐가 더 좋은지 모르겠다. 좀 더 맛이 풍부해지고 다소 씁쓸해지는 건 알겠는데, 딱 싱글몰트라고 해서 더 맛있어지는 느낌은 아닌 것 같다. 몰트를 쓰건 뭘 쓰건 하여튼 맛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100% 보리맥주 하이트 맥스가 딱히 그냥 하이트보다 더 맛있지는 않고 그냥 맛이 다른 느낌인 것 같다. 게다가 하이트 맥스나 하이트가 가격도 똑같잖아.
하여튼 조니워커도 훌륭한 양주고, 글렌피딕도 훌륭한 양준데 각각의 개성이 있어서 좋지만, 글렌피딕 18년산은 조니워커 블루라벨에 비교하기에는 급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하긴 9만원짜리 마시면서 40만원짜리를 기대하면 안되겠지 ㅋㅋㅋ
아직 먹어보진 않았지만 조니워커 블루라벨은 독특하고 익숙해지기 어려운 맛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별로일 수 있지만 계속 먹다보면 정말 맛있는 그런 맛이라고 한다. 도대체 무슨 맛일지 정말 궁금하다. 언젠간 꼭 먹어보고 싶다.
예전에 로얄 살루트 21년산 먹을때도 그랬다. 처음 먹을때는 알콜향이 너무 강하고 톡 쏘는지라 별로였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그 강한 알콜향 뒤로 아주 섬세하고 가벼운 꽃향이 살살 부드럽게 감싸안아주는 게 느껴지면서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조니워커 같은 남성적인 양주가 알콜향을 묵직하게 짓누르면서 부드러움을 추구한다면, 로얄살루트 같은 여성적인 양주는 알콜향은 그대로 톡 쏘도록 내버려두면서, 그 뒤로 부드럽게, 묵직하게 누르는 대신 가볍고 나풀나풀하게 섬세하고 가녀린 향을 감싸안는 것이 특징이었다.
글렌피딕은 조니워커보다도 더욱 남성적으로 짙고 묵직하게 누르는데, 그 위로 그보다 더 인위적으로 강한 과일향을 얹어서 정말 강렬한 맛을 낸다. 섬세한 맛은 없지만 거칠고 투박한 맛으로 물량공세를 하는 것이 나름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