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http://www.donga.com/fbin/output?f=todaynews&code=a__&n=200303090149&main=1
작년 동아리 집부활동을 하면서 나는 되도록 안 좋은 일은 숨기고 좋은 일만 드러내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도 활발했고 동아리방에서 다들 자주 모였지만, 그 자리에서 잘못된 누구를 지적한다던가, 동아리의 부조리한 점을 까발린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한명 한명 조용히 불러서 말하고, 또는 다들 집에 돌아갔을 무렵 전화로 말한다던가 했다. 회비가 모자라면 사비를 들여서 메꾸고, 총회 때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는듯 장부를 적당히 조작해서 그럴듯하게 발표하고 그랬다.
이것은 선배들에게 욕먹기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허물은 서로 덮어주자' 라는 생각이었을까. 하여간 그런 거였다.
그런데 이번 노무현 대통령(이제는 당선자가 아니다)의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이건 대화라기보다 TV에 대놓고 혼쭐을 내기에 가까웠다. 지난 김대중 대통령의 무슨무슨 대화와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표현은 물론 순화되었지만 "당신들 정말 그러기야?" "자꾸 그러면 국물도 없어!" 라고 화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여간에, 이건 단지 예전에는 밀실이나 어두컴컴한 곳에서 진행되던 정치적 암투가 아무런 정화없이 그저 밝은 곳으로 나왔을 뿐이지, 싸움이라는 것은 여전했다. 난 또 '대화'라고 하길래 좀 네고시에이션도 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이건 일방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거잖아. 불만을 TV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내다니 WWE도 아니고. 뭐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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