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디지털문명의 산물이긴 해도 월드와이드 웹의 절반은 아날로그적이다. 웹을 유지하는 것은 시스템이지만, 웹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며, 웹을 풍요홉게 하는 것은 네티즌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와인버거의 말처럼 인터넷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하며, 이 불완전함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잉태된다. 월드와이드웹은 이런 속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공간이다. 게슈탈트 이론의 유명한 선언문,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처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은 단순한 총합 이상일 것이다.
Q 그렇다면, 인터넷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아날로그적 보완 아이디어는?
A 초기 인터넷을 보자.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컨텐츠)를 많이 볼 것으로 생각하고, 뉴스그룹이나 뉴스 사이트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한 서비스는 이메일이었다. 지금도 인터넷 트래픽의 가장 많은 부분을 메신저가 차지하고 있다.
# '컨텐츠'가 아니다, '커넥티비티'다.
즉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컨텐츠가 아니라 커넥티비티(연결)인 것이다. 아무리 중간과정이 디지털이고 인터넷이라 하더라도 최말단에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 서비스를 보더라도 이는 더 명확해진다. 다음의 까페, 다모임의 인터넷 동창회,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MSN 메신저, 그리고 MMORPG. 사람들과 만나기 위한 소통의 창구로서 인터넷을 사용했던 것이다.
#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외롭기 싫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어떤 내용이 교류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언어의 기능 중 '친교의 기능'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와 내가 단순히 친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아무 상관도 없는 날씨 얘기를 한다거나, 어제 했던 드라마 스포츠 얘기등을 하는 것은, 실제로 우리가 날씨나 드라마나 스포츠나 연예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친해지고 싶어서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외롭지 않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정치 얘기라던가,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일이라던가, 집안 사람들과의 트러블 같은 무겁고 복잡한 얘기는 사람과 사람을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 경박한 문화가 퍼져있는 것이다. 나는 인터넷의 경박한 문화를 그래서, 사랑한다.
# 최말단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우리가 미니홈피나, 블로그나, 각종 유머사이트나 하는 곳에서 보는 것도 그 내용이 아니라 그 내용이 표현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다. 음악을 들을때도 우리는 그 멜로디나 가사가 의미하는 바를 음미하기보다는, 그 음악을 부르는 가수와 뮤지션을 생각하면서 음악을 듣는다. 즉 컨텐츠보다 중요한 것은 그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그 연결성을 인터넷이 극대화해주고 있다.
디지털은 가상이다. 아날로그를 에뮬레이션(가상으로 보여주는것)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것을 가상이 아니라 진실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진짜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인터넷은, 디지털은, 그 내용이나 품질이나 속도보다도, 진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 디지털도 결국은 아날로그로 표현되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컴퓨터에서 실제로 보는 것은 모니터다. 그런데 잘 보면 모니터는 아날로그다. 왜냐하면 우리 눈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디지털 신호를 입력받는 디지털 장비에서 점의 집합으로 표현된다 하더라도, 결국 최말단에서 인간의 눈은 그것을 아날로그로 받아들인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디지털화된 MP3가 인터넷을 통해 우리 귀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결국에 인간의 귀는 그것을 아날로그로 받아들인다. 모든 기계의 최말단에는 그래서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변환해주는 컨버터가 있다.
인터넷도 보자, 그 안에서 소통하는 내용이 아무리 디지털이라 하더라도, 우리 눈이 그 내용을 읽어서 머리속으로 오면 그것은 아날로그가 된다. 아무리 MSN 메신저에서 우리가 디지털과 인터넷으로 채팅을 하더라도, 실제 사람이 만나는 곳은 아날로그의 술집이나 영화관 같은 공간이다.
# 실제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만남은 아날로그다
즉 우리는 사람과 만나기 위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만, 그 만남은 어디까지나 가상일뿐 진짜는 아니다. 실제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끄고 집을 나가야 한다. 여기서부터 인터넷이 하는 역할이 끝난다.
즉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만남의 부분에서 현재 인터넷 문화가 한계에 부딫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초고속 인터넷은 휴대폰처럼 가지고 다니면서 항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휴대인터넷이 계속 개발되어 2010년까지 100M급 서비스가 나온다고 하고, PMP나 휴대폰이 발전해서 컴퓨터급의 성능이 나오면, 꿈에 그리던 유비쿼터스(언제나 어디서나 컴퓨터를 하는 것) 세상이 오긴 하겠지만, 그건 아직까지 먼 훗날의 일이다.
#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만남을 보완해야 한다
디지털의 단점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보완되어야 한다. 어디서 만나고, 만나서 무얼 하고 하는, 실제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만남에서 말이다. 아직까지 현재의 디지털 및 인터넷 문화는 그 부분까지는 보완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