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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의 페니스


"어서와요, 작도씨. 기다리고 있었어요."

문을 열자마자 그녀가 반긴다. 그녀의 이름을 줄리아나. 따뜻한 아침의 햇빛은 아직 그 온기가 식지 않은 채로 공기중에 떠 다녔다. 미세한 먼지와 짙은 담배연기. 줄리아나는 딜도 모양의 시가 파이프를 물었다. 크기가 상당했기 때문에 입에 꽉 차서 침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 파이프, 불편해 보입니다."
"오늘 이것 때문에 오신 것 아닌가요?"

줄리아나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사실 그렇다. 나는 최근 집필중인 소설 '나의 사랑하는 책'의 취재차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딜도를 시가 파이프로 쓰는 여자가 있다니. 게다가 그 사연 또한 애절하다고 한다. 나는 녹음기와 노트를 꺼내고 자리를 잡았다.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급하시군요."

줄리아나는 요령있게 담배재를 털어내고 다시 시가를 입에 물었다. 속까지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는 모습은 흡사 오럴섹스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발기할 것만 같았다.

줄리아나는 입에 담배를 물고 나를 시험하는 눈으로 한동안 쳐다봤다. 정말로 발기해버리기 전에 인터뷰를 시작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어쩔줄을 몰라 눈을 피했다. 줄리아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 긴 얘기는 아니에요. 그냥 뭐, 사랑 얘기죠. 후훗."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 *


그녀는 한 남자를 사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남자의 페니스를 사랑했다. 좌우 대칭으로 동글동글하게 생긴 것이 너무 귀여웠다. 마치 츄파츕스를 빨듯이 혀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먹음직스럽게 빨아주면, 채 1분도 못 되서 걸죽한 정액을 사정했다. 그 비릿하고 달짝지근한 정액을 입에 머금고 계속 혀를 굴려준다. 그렇게 3번이고 4번이고 정액이 마르고 닳도록 빨아댔다.

시간이 지나면 정액의 밤꽃냄새에도 익숙해진다. 그러면 별미라도 되듯이 계속 찾게 되기 마련이다. 마시는 것이 아까워서 계속 입에 머금고 있으면서 혀를 굴리기. 시도때도 없이 빨아대는 통에 그의 페니스는 항상 가벼운 요도염을 앓았다.

한번은 그가 실수로 오줌을 싼 적이 있다. 갑자기 낯선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순간 울컥 했지만, 생각보다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남자쪽도 당황했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오럴섹스를 계속했다. 혼란에 휩싸인 쪽은 남자 쪽이었다. 그녀는 새로운 경험에 흥분하고 있었다.

페니스에서 나올 수 있는 물은 정액만이 아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자 그녀는 본격적으로 그의 페니스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우유라던가, 쥬스라던가, 술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주사기로 집어넣어서 빨아 먹었다. 이물질이 요도를 역류하는 느낌에 남자는 괴로워했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호기심은 날로 커져갔고, 남자는 차츰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담배였다. 섹스가 끝나고 둘은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러다 남자가 장난처럼 페니스를 담배 파이프로 써보지 않겠냐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은 농담으로 끝나지 않았다. 흥미가 동한 그녀는 남자를 묶어놓고 요도에 담배를 밀어넣고 불을 붙였다. 당연한 이유로 불은 붙지 않았지만, 그의 페니스는 화상을 입었다.

견디다 못한 남자는 아주 당연하게도 절교를 선언했다. 솔직히 절교 정도로 끝나는건 너무 미온적이지 않느냐 하는 주위의 말도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아니 자신의 페니스를 사랑했던 여자를 그도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남자는 너무 착해서 이별 선물까지 준비했다.

"니가 사랑했던건 내가 아니라 내 자지였던 것 같아. 그래서 만들어봤어."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의 페니스를 성형해서 만든 딜도를 주었다. 안 그래도 미안하던 차에 과연 용서받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게 왠 떡이야 자기가 내심 제일 가지고 싶던 걸 받게 된 그녀는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남자는 쓰린 페니스를 쥐어뜯으며 그녀를 곱게 보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그 딜도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담배를 피울때마다 그 어리석었던 시절을 추억하며 아련한 향수에 젖는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를 떠나보내며 그의 마지막 남은 사랑스러운 페니스를 입에 물면서 독한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 * * * *

"기구한 얘기군요."

기구하다라. 사실 내 머리속에서는 잔혹한, 섬뜩한, 괴기한 같은 단어가 떠올랐지만, 어렵게 단어를 골라 겨우 기구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발기했던 페니스는 어느새 공포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어서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

침묵이 흘렀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만 했다. 침을 삼켰다.

"아, 네. 오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만 가봐야겠네요. 그럼."
"잠깐."

일어서려는 찰나, 줄리아나가 다가왔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줄리아나의 가는 손은 나를 힘껏 쥐어잡고 있었다.

"이대로 보내 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인터뷰의 댓가도 있고."
"아니 저…"

나는 페니스가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성욕과 공포는 이리도 가까운 걸까. 나는 무서운 예감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가 없었다. 지퍼를 내리는 손도 뿌리칠 수 없었다. 나의 몸은 내 것이 아니었다. 줄리아나는 건조한 나의 페니스를 물었다.

"그리운 촉감."

조금씩 천천히. 숙련된 혀놀림. 나의 페니스는 더운 입김과 질척한 타액에 젖어들어갔다. 나는 긴장된 숨을 파르르 내뱉었다. 줄리아나는 기쁜 얼굴로 내 표정을 살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빙고."

지독한 통증이 페니스에 집중되었다. 줄리아나는 이빨로 내 페니스를 쥐어 뜯었다. 줄리아나는 피범벅이 된 얼굴로 기쁘게 웃었다. 나는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내 자지.

당했다. 뺏긴 것이다. 소중한 나의 페니스를 그녀가 훔쳐갔다.
줄리아나는 미친 듯이 웃으며 방에 들어가 무언가 알 수 없는 기구를 잔뜩 가지고 나왔다.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걸까. 나는 두려웠다. 도망쳐야만 했다. 아파서 쓰러질 것 같았지만, 쓰러질 수 없다. 나는 젖먹던 힘을 다해 그녀의 집에서 탈출했다.


* * * * *


3일이 지났다. 그동안 쓰린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그녀의 인생도 기구하지만 이쪽도 기구하기는 매한가지다.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걸까.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도 내게 선택지 같은 것은 없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달라질 건 없다. 즉 나는 어떻게 되도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인가. 속이 쓰렸다.

딩동.

우리집에 손님이 찾아온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문을 열어보니 택배였다. 놀랍게도 줄리아나가 보낸 것이었다. 박스 안에는 딜도 하나와 섹스 젤 하나, 그리고 쪽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딜도는 아마도 내 페니스를 본 따 만든 것 같았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시작해 보지 않겠어요, 우리.

아직 아물지 않은 나의 상처, 그리고 나의 페니스를 본 뜬 딜도, 그리고 섹스 젤. 결국 그녀는 남자를 사랑하지 못하고 페니스를 사랑했던 것인가. 그래서 이래야만 했던 것인가.

나는 참혹한 기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나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간 그녀, 그리고 또한 많은 것을 가져다 줄 그녀. 나는 이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이미 나의 몸은 내 것이 아니었다.


200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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