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도닷넷 블로그
작도닷넷 블로그

일기

노동의 종말, 고용없는 성장 vs. 창조 경제, 창조적 자본주의

12/12/11 10:52(년/월/일 시:분)

심각한 취업난이다. 높은 실업률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장기불황의 터널은 여전히 끝이 안 보인다. 절망스러운 청춘들에게 과연 미래는 있는가?

나는 "있다"고 답하고 싶다. 영원한 불황은 없다. 지금의 이 고통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이것을 기술적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1.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IT기술을 고의적으로 제외시켰다. IT기술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는 커녕 오히려 줄이기 때문이다. 반면 건설 산업은 확실히 일자리를 늘린다. 그래서 정보통신부도 없앴다.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예연했던 대로,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어 고용없는 성장이 가능해졌다. 이명박 생각이 맞긴 하다. 근데 나는 그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 기술은 인간의 노동을 일부 대체하지만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 기술이 발전해도 회사의 고용 비용이 크게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는 측면도 있다.
- 기술의 발전은 상위 계급뿐 아니라 하위 계급에도 혜택을 준다.

자세한 얘기는 아래 동영상으로 대체한다. "MIT 교수 에릭 브리뇰프슨과 앤드루 맥아피 공저 <기계와의 경쟁>"



http://www.amazon.com/Race-Against-Machine-Accelerating-Productivity/dp/0984725113
Race Against the Machine: How the Digital Revolution is Accelerating Innovation, Driving Productivity, and Irreversibly Transforming Employment and the Economy [Paperback]
Erik Brynjolfsson (Author), Andrew McAfee (Author)

2.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계급을 없앨수는 없을 것이다. 상류층은 여전히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권력을 휘두를 것이고, 하류층은 피라미드 아래를 지지하며 고통스럽게 살아갈 것이다.

특히 걱정하는 것이, 기술의 발전으로 단순 노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어, 피라미드 아래 쪽이 얇아지는 것이 아니냐, 그러면 하류층의 실업률은 점점 높아질 것이고, 대책없는 가난에 몰릴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시장에서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몇 시간을 일해도 고작 몇천원을 손에 쥘 뿐인데, 그런 일은 이젠 그만 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공장에서도 지나치게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계적인 일은 이젠 그만 기계에게 맡겼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단순 노동 말고도 할게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한지가 4년째인데, 우리 회사만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정말로 할 일이 많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을만큼 일이 아주 많다. 그런데 고작 생산성이 떨어지는 쉬운 일에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다. 그런건 기계나 컴퓨터가 대신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설령 피라미드의 모양은 유지되더라도, 그 삼각형이 좀 더 길고 좁아지거나, 혹은 사다리의 가장 아래쪽 칸을 기계와 컴퓨터가 깔아주는 형국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가장 아래 칸의 하류층 서민들도 예전보다는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3.

기술의 발전이 고용을 줄인다. 실제로 지금 시대에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시적일 것이다. 고용없는 성장이라고 해서 기술을 미워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그건 러다이트 운동 같은 것이다.

기술이 오히려 고용을 늘리는 면도 있다. 나는 IT기술의 가장 큰 특징이 "가상 경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물이 없어도, 고작 애니팡 하트 같은 것에도 사람들은 열심히 돈을 쓴다. 아무런 현실적 기반이 없이도 컴퓨터 상에 새로운 경제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무궁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러미 리프킨이 "엔트로피"에서, 태양 발전판을 미국 대륙에 다 덮어도 미국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몇 퍼센트였더라... 하여튼 적은 부분밖에 충당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근데 책을 쓴 후로 수십년간 기술이 발전하여, 현재는 충분히 충당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태양 발전이 전체 전력 소비량의 50%를 우회한 적도 최근에 있었다.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바로 2012년의 얘기다! 기술은 그렇게 무서운 속도로 발달했다.

마찬가지로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예상한 것도 바로 지금 현재의 열악한 상황이 발전없이 계속될 경우를 가정하는 것이다.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고마우나, 나는 기술이 놀랍게 발전할 것을 믿고, 그 결과가 긍정적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지금처럼 절망스러운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경우, 미래도 절망스러울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그런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의 얘기를 듣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 그렇구나 미래는 절망스러워...가 아니라, 아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가 절망스럽겠구나! 변화해야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4.

가상 경제는 팅커벨 같은 것이다. 사람들이 동화를 믿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고, 동화를 믿으면 존재하는 것처럼, 미래는 사람들의 믿음에 달렸다. 사람들이 기술의 가치를 믿으면 실제로 그렇게 되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빌게이츠가 말하는 창조적 자본주의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짧은 말에 워낙 많은 개념을 쑤셔넣어서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중에 나는 IT기술의 역할을 말하고 싶다. IT기술은 창조할 수 있다. 없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박근혜의 "창조 경제"론에도 마찬가지의 맥락이 담겨있다고 본다. 창조적 자본주의와 창조 경제는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것은 고용없는 성장에 반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이 분명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처럼 이를 믿는 사람이 많아지면, 마치 팅커벨처럼 상상의 경제가 우리의 머리속에 생길 것이다.

5.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는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실패가 반복되면 결국 거기에 익숙해져 버린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하지만 마틴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무기력과 마찬가지로 낙관성도 학습된다고 나중에 발표했고, "긍정 심리학"이라는 말을 또 만들었다. 자신의 이론에 애프터 서비스를 한 것이다. 나는 이것이 참 책임감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읽었을 때, 이것이 단순히 현상만 조명하고 끝나버려서 무척이나 아쉬웠다. 단순히 절망스러운 현재 상황만 적나라하게 분석했지,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극복할 것인데?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답변하지 못했다. 나는 이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제러미 리프킨도 마찬가지다. 엔트로피에서도, 노동의 종말에서도, 그는 항상 날카롭게 우울한 디스토피아를 예언했지, 거기에 대해서 딱부러지는 해결책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물론 문제제기를 해서 위기의식을 가지게 만든 것은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결론.

미래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은 현재 모두 열려 있다.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좋은 쪽을 선택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노동의 종말"에 반대하고 "창조 경제"에 찬성한다.

http://www.xacdo.net/tt/rserver.php?mode=tb&sl=2422

  • 아공 12/12/15 14:36  덧글 수정/삭제
    1. 독일의 태양열은 전체 전력의 3%입니다. 아직까지 태양열 발전은 가격과 차지하는 크기에 비해 생산 전력이 좋은 편이 못됩니다.
    2. 폐지줍는 할아버지의 일이 자동화 된다고 해도 할아버지는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프로그래밍을 배울수는 없으니까요. 앤드류 맥아피가 이야기하듯이 앞으로 고급기술 노동자의 수요는 늘어가고 단순노동자의 수요는 급격히 더 줄어듭니다. 40대 이후부터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80세까지 수명이 연장된 것을 고려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대안이 아니지만 할아버지가 할일이 없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 xacdo 12/12/16 02:16  수정/삭제
      1번에 대한 답입니다. 독일의 태양광 발전은 4% 정도 차지하지만, 지난 5월 일시적으로 50%에 육박한 적이 있었습니다.

      http://whitebase.egloos.com/4717576
      AFP는 독일의 통계발표를 근거로 지난 (2012년) 5월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독일 내 태양광발전량이 사상 최대치인 2200만kw 를 기록, 독일 전체 전력수요의 50% 에 육박하는 양을 태양광만으로 공급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의 전체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20%, 태양광이 4% 만을 전담하고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http://rt.com/news/solar-energy-record-break-332/
      Going nuclear-free: Germany smashes solar power world record


      2번은 그렇군요.
이름
비밀번호
홈페이지 (없어도 됩니다)

비밀글로 등록
작도닷넷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전 목록]   [1] ... [78][79][80][81][82][83][84][85][86] ... [822]   [다음 목록]

최근 글

이웃로그 관리자 옛날 작도닷넷 태터툴즈 ©현경우(xacdo) since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