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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출판

무라카미 하루키 - 1Q84 1권,2권 - 재밌지만 읽는데 체력이 필요함

11/01/29 13:26(년/월/일 시:분)

사놓고 읽는데 매우 오래 걸렸다. 회사 다니느라 시간이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흐름이 자주 끊겼다. 부분부분은 재밌는데, 전체적인 스토리가 느슨하다보니 중간중간에 흐름이 끊긴다. 한 번 흐름을 놓치면 다시 이어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몇 달 안 보다가, 다시 이어보고, 몇 번을 그랬다.

하지만 어쨌든 꾸준히 참고 다 읽은 소감은 야, 대단하다, 재밌다, 라는 것이었다. 사실 하루키 소설은 재미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좀 편차가 있는데, 이번 1Q84는 확실히 재미있는 쪽이다. 때로는 탐정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기도 했고, NT노벨을 읽는 것처럼 박진감이 넘치기도 했고, 환타지 소설을 읽는 것처럼 두근두근 하기도 했다.

하루키의 소설은 지금까지 '상실의 시대'를 제외하면 전부 환상 소설이었다. 실제 현실 세계와는 상관없이, 하루키만의 상상의 세계에서 제멋대로 벌어지는 이야기었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그 '상실의 시대'의 실제 세계와, '하루키 월드'의 환상 세계를 왔다갔다 한다. 환갑도 넘은 분이 이제와서 자신의 문학세계 전체를 으랏차차 들었다 놓다니, 대단하다.

기본적인 컨셉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했던 교차 구성이다.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번갈이 진행되다가 만나는 점은 '냉정과 열정 사이'다. 특별한 스토리 없이 느슨하게 흘러가는 스타일은 '태엽감는 새'다. 유사종교 집단에 대한 이야기는 '도쿄 언더그라운드', '약속된 장소에서'다. 지금까지 자기가 보여주었던 여러가지 소설들을 이번 편에서는 종합적으로 뒤섞는다. 종합 선물세트다.

그런 면에서는 하루키 소설 치고 난이도가 좀 높은 편이라고 할 수도 있고, 특히 스토리가 부드럽게 흘러가지 않고 자주 끊어지기 때문에 꾸준히 읽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일단 끝까지 참고 읽으면 확실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30대의 섹시한 여자 암살자도 나오고, 백치미의 17세 소녀 작가도 나오고, 초능력을 가진 교주도 나오고, 초자연적인 존재와의 대결에, 사랑하는 남녀가 운명적인 사랑을 한다. 베드신, 추격신, 격투신도 나온다. 흥행성도 있고, 대중성도 있다. 언뜻 들으면 요즘 유행하는 소년 만화일 것만 같다.

사실 이런 소재들은 흥미롭기는 한데, 구성을 하기가 쉽지 않다. 워낙 흔한 얘기이기도 하고, 뭔가 잘 짜맞추기가 어려워서 뭔가 어색하고 작위적이 되기 쉽다. 반면 하루키는, 아무래도 좋으니 문장이 먼저 흘러가야 하는 편이라서, 작위적인 맛은 없지만, 덕분에 긴장의 끈이 쉽게 풀어지고, 때론 놓쳐버리기까지 한다.

그러다보니 1권, 2권이 다 끝났는데도 할 이야기가 남았다. 형식 상으로는 여기서 끝이 맞고, 감정의 흐름상으로도 여기서 끝나는 게 맞긴 한데, 아직 설명이 안 된 부분도 있고, 인물들의 상황도 다 정리가 안 됐고, 일도 다 매듭이 져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3권이 더 나온 것 같고, 내가 보기에는 분량으로 봐도 3권에서도 다 마무리가 안 될 것 같다. 뭔가 자신의 소설 세계 전체를 걸어서 뭔가를 만들어내긴 했는데, 판을 너무 키워서 수습이 안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아저씨가 적당히 끝내는 법은 없으니, 차분히 기다리면 그 좋은 체력으로 뭔가 열심히 다음 것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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