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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무간도 (2002) - 경찰과 조폭의 이중 스파이

08/08/01 22:09(년/월/일 시:분)

친구가 재밌다고 그러길래 봤다. 확실히 이 영화는 스토리가 재밌다.

"디파티드"로 리메이크가 괜히 된 게 아니다.


내용은 좀 복잡하다.


1. 유덕화는 원래는 조폭인데, 경찰에 스파이로 들어가 10년간 활동했다.

2. 양조위는 원래는 경찰인데, 조폭에 스파이로 들어가 10년간 활동했다.

3. 유덕화는 경찰 안에서 방해하고, 양조위는 조폭 안에서 방해해서 서로 자꾸만 어긋난다. 경찰은 조폭의 추적을 결정적인 부분에서 놓치고, 조폭은 (경찰에 잡히지는 않지만) 마약거래를 결정적인 부분에서 놓친다.

4. 경찰 국장과 조폭 보스는 서로가 스파이를 심어놓은 것을 안다. 근데 누군지는 모른다. 그런데 사실 그 스파이는 국장과 보스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게 스파이를 찾아내라고 하니까 잡히지가 않는다.

5. 그런데, 양조위가 원래는 경찰이라는 걸 국장밖에 모른다. 조폭에서 뒷조사를 못 하도록, 경찰이었던 기록을 완전히 말소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유덕화도 원래는 조폭이라는 걸 보스밖에 모른다. 기록상 그는 완전히 경찰이며, 조폭 내에서도 그가 스파이라는 걸 보스밖에 모른다.

6. 이런 상황에서 국장과 보스가 죽는다. 둘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들이 죽었다. 그런데 양조위와 유덕화가 서로가 스파이라는 걸 알게 된다. (둘은 원래 AV 매니아로 알던 사이였다)

7. 유덕화는 이제 진짜 경찰로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 양조위는 (의협심 넘치는 경찰이므로) 유덕화를 스파이 혐의로 구속시키고 싶다.

8. 그러자 유덕화는 양조위가 경찰이었던 기록을 말소시키고, 협상한다. "니가 경찰이라는 사실은 나밖에 몰라. 증거를 내가 지웠거든. 그러므로 니가 나를 구속시키면, 너는 평생을 조폭으로 살아야 할거야."

9. 마침 양조위는 10년을 조폭으로 사느라,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어서 결혼도 못하고 홀아비로 늙고 있었다. 마침 옛날 연인이 자기 버리고 다른 사람이랑 결혼해서 애까지 낳은 거 보고 상심하고 있었다. 마침 요즘 맘에 드는 여자가 생겼는데, 조폭이라서 뭐가 잘 안 되는데 경찰이면 잘 될 것 같단 말이다.

10. 문제는 양조위, 유덕화 모두 이제는 경찰로 착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둘 다 좋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대결한다. 갈등한다.

양조위는 이 조폭 스파이를 그냥 쏴 죽이고 지난 10년간 추적하던 악의 뿌리를 뽑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눈감아주고, AV매니아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와 안정된 삶을 살 것인가?


11. 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어이없게도 유덕화의 경찰 후배가 나타나 양조위를 쏘아 죽인다. 상황이 일방적으로 흘러간다.

12. 그런데 이 경찰 후배가 유덕화의 비밀에 대해 뭔가를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유덕화는 후배를 쏘아 죽인다.

13. 유덕화는 유일한 생존자이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왜곡한다. 그래서 당당히 경찰로서 새 삶을 시작한다.

14. 양조위가 사실은 경찰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래서 예전에 양조위를 찼거나 사귈뻔했던 여자들이 장례식에 와서 눈물을 흘린다. 뻔뻔하게도 유덕화는 경찰의 대표로서 애도를 표하며 경례한다.

15. 그러나 유덕화는 (사나이로서의 의리와 우정이 있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경찰 생활을 한다. 빠져나올 수 없는 마음의 지옥, 무간도에 빠진 것이다.


아이고 복잡해

하여간 무간도의 특징은, 경찰과 조폭의 이중 스파이라는 설정에서 가능한 최악의 결말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재미있다. 결코 안전하게 두리뭉실하게 돌아가지 않고, 무책임하게 관객에게 결말을 맡기지도 않고, 똑바로 끝까지 직진해서 최악으로 몰고 간다. 그래서 마지막에 팍 터지는 게 있다.


여기서 홍콩영화 특유의 "사나이로서의 의리와 우정"을 "마초들의 비열함"으로 바꾸면 디파티드가 된다. 요런 의리 타령에 닭살돋는 사람은 그냥 디파티드 보는 편이 나을지도.


이후 시리즈 무간도2, 무간도3는 그냥 무간도가 흥행이 잘 되서 나온 보너스로, 매트릭스2, 매트릭스3 같은 것 같다. 속편을 이어서 봐도 상관없지만, 1편에서 끝나도 깔끔하게 떨어진다.



"미스터 소크라테스"(2005)가 무간도의 설정을 가져다 쓴 것 같다. "이중간첩"(2002)도 약간은 해당되려나?

http://www.xacdo.net/tt/rserver.php?mode=tb&sl=1303

  • Meritz 08/09/24 06:25  덧글 수정/삭제
    우와 정말 복잡한 스토리를 간결하게 잘 정리하셨네요^^
    무간도는 언제봐도 최고 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뒤의 먹먹함이라든가...종극무간의 극치를 느끼게 해주는 듯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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