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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출판

박원순 정치의 즐거움, 강용석의 직설

13/08/26 01:51(년/월/일 시:분)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안철수의 생각 이후로 이런 정치 관련 인터뷰 책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굳이 대필을 안해도 책을 아주 빨리 쓸 수 있고, 반응도 즉각적이고 잘 팔린다. 물론 독자 입장에서는 인문서나 자서전에 비해 책의 밀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언론 인터뷰보다는 훨씬 심층적이고 읽기도 쉬우니까 사게 된다.

마침 박원순과 강용석이 인터뷰 책을 냈길래 둘 다 같이 사봤다. 간단한 감상.


1. 박원순 - 정치의 즐거움

정말 지루했다... 무슨 좋은생각, 샘터 읽는 것 같았다. 인터뷰어도 너무 얌전한 질문만 하고, 박원순도 정말 얌전하게만 대답했다. 서울행정에 대한 다양한 미담집을 읽는 느낌이었다. 이게 서울시 정책홍보집인가 싶었다.

박원순은 각론에 강했다. 아주 세밀한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는 전형적인 관료적인 관리자 타입이었다. 다만, 각론에는 강한데 총론에는 약했다. 비전이 너무 소박하고 딱 좋은생각이나 샘터 수준이었다. 어젠다를 세팅하거나 이슈 메이킹을 할만한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한방이 없었다. 책이 안팔릴 것 같았다...

지난번 서울시장 TV토론 때도 이 아저씨가 참 맥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막상 시장을 시켜보니 강용석의 아들 군대비리 의혹에도 정면으로 잘 대응했고, 특히 뉴타운 미분양 때는 눈빛이 무섭게 바뀌는 것을 보았다. 괜히 스나이퍼 박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그래도 내년 서울시장 선거때면 또 TV에 나와서 거대담론을 얘기하셔야 할텐데, 이게 참 약한 부분이라 잘 될지 걱정이 된다. 멋진 비전을 제시하고, 내가 시장이 되는게 여러분에게 큰 이익이 된다는 걸 어필해야 할텐데, 잘 하실지 모르겠다. 차라리 안철수가 이런 거대담론에 강해서 박원순의 단점을 잘 채워줬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277&aid=0003019535
윤 전 장관은 박 시장이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서울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되려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작년 대선후보에서 유력 후보 세 분중 어떤 분도 그걸 내놓지 않았다"면서 "박원순 시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면 당연히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 중심가치, 시스템에 대한 원대한 포부 등의 그림을 내놔야 한다. 지금부터 생각이 있으면 그 준비를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 강용석의 직설

반면 강용석은 확실히 재미가 있었다. 이 사람은 이슈 메이킹, 어젠다 세팅 능력은 뛰어난 사람이라, 도발적이고 화끈한 재미가 있었다. 인터뷰어도 민감하고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는데, 강용석도 이에 밀리지 않고 대화를 주도해나간다.

재미있는게 경제적인 관점은 Hubris님과 거의 똑같았다는 것. 역시 외국물 먹으신 분들은 생각하는게 다들 비슷하신가 싶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성장이고, 솔직히 경제가 성장할 유일한 돌파구는 통일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도 시진핑 이후로 북한의 변화를 바라고 있고, 중국 군부조차도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이런 시론에 대한 정확하고 통찰력있는 관점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문제는 이 사람이 자기 얘기를 할 때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남의 얘기를 할때는 신나서 떠들던 사람이, 자기 얘기로 오면 갑자기 텅텅 빈다. 박원순과 달리 강용석은 솔직히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이룬 게 없다. 내세울 게 없다. 무척이나 똑똑한 사람이고 말도 잘 하지만, 그건 그냥 어디까지나 생각이고 말일 뿐이다. 과거의 행동을 증명할만한 것은 고작 정치적 도박을 크게 했다가 크게 잃었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여 조금씩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 정도.

내가 발끈했던 점으로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 열풍이 3년을 못 넘길 거라는 예언.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이메일처럼 SNS도 그냥 꾸준히 쓰는 수준으로는 현상유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냥 무조건 "3년 못간다"는 말에 화가 났다.

강용석의 가장 큰 단점이, 말이 가볍다는 것이다. 트위터가 3년 못 갈 거라는 것도 얼마든지 다르게 말할 수 있다. 근데 이 사람은 말을 공격적으로 하는 걸 즐긴다. 자신을 과시하고, 논쟁을 유발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게 만드는 걸 즐긴다.

나도 강용석의 말이 80%는 맞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사람이고, 감도 좋다. 근데 아무리 감이 좋아도 20%는 틀린다. 승률이 80%면 매우 높은 편이긴 하지만, 내가 크게 건 이번 판이 이길지 질지는 여전히 모르는 일이다. 혹시 모르는 20%에 걸려서 훅 갈 수 있다. 리스크 관리가 없다. 방어기제가 안 보인다.


강용석의 직설, 이 책에도 그런게 보인다. 대화의 흐름으로 봤을때 있는 그대로 옮겨적은게 아니라 조금 고치고 추가한 부분도 있어보이는데, 그래도 그 수정작업을 뚫고도 이런 공격성, 자만함이 보이는 걸 보니 아직은 좀 더 성숙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쩌면 본인이 원하는 대중정치인보다는 아주 똑똑하고 민첩한 참모 역할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에 가장 큰 불만은, 표지사진이 잘 안나왔다는 점!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보면 표지사진이 얼마나 잘 나왔나? 근데 강용석의 직설은 표정도 얼어있고 각도도 얼짱각도가 아니다. "좌에서 묻고 우에서 답하다"는 컨셉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을 바라보는 각도를 의도했을지 모르나, 강용석의 턱선은 그 반대로 바라보거나 차라리 측면을 잡는 편이 좀 더 잘생기게 나올 것 같다. 그리고 표정이 너무 어색하게 굳어있다... 다음에는 좀 더 잘 찍으시길.

http://www.xacdo.net/tt/rserver.php?mode=tb&sl=2457

  • Rta 13/08/26 03:32  덧글 수정/삭제
    정치인이 되기전 강용석이 무엇을 했는지 보아주세요. 나름의 업적이 있어요.
    그리고 과거 말씀하신것처럼 요즘 정답이 있는 사회같습니다. Hubris의 생각이 외국물을 먹어서라기보단 정답에 근접한게 아닐까요?
  • Rta 13/08/26 03:35  덧글 수정/삭제
    정치인인 강용석이 이룬건 별로 없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비슷한 경력의 타 국회의원과 비교할 문제.
  • asdf 13/09/28 03:11  덧글 수정/삭제
    강용석이 그 20%에 걸린게 박원순 아들 문제였죠.
    물론 의사조차 잘못 판단한 사안이긴 하지만 너무 강하게 나간 건 문제였죠.
  • asdf 13/09/28 03:16  덧글 수정/삭제
    그러고보면 민주당 정청래가 비슷한 스타일이구나 했다가 생각해보니 같은 지역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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