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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상

강우석 - 한반도 (2006)

06/08/13 11:13(년/월/일 시:분)

이 영화가 정치적인 영화라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

별로 볼 생각은 없었는데, 아버지께서 온 가족이 바캉스 대신 영화라도 보러 가는게 어떻겠느냐 해서 따라갔다. 물론 이 영화가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절한 건 아니었지만, 조선일보와 매일경제를 열심히 보시며 나름대로 수구 보수세력을 표방하는 아버지의 성격상 이 영화를 선택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작 아버지는 2시간 23분이나 되는 긴 상영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하셨고, 어머니는 그래도 질질 짜는 최루성 멜로영화보다는 낫지 않느냐 하셨다. 재미있게 본 건 나뿐인 것 같았는데, 나는 전작 실미도처럼 괜한 것에 발끈하며 영화 내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봤다.

발끈하며 본 건 좀 의도적이었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는 영화 자체로만 보면 그다지 재미가 없기 때문에, 현실 세계를 영화의 한 축으로 생각하며 봐야 비로소 재미가 있다. 나는 며칠 전 뉴스에서 맨날 싸우기만 하던 여야 의원들이 서로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일본의 과격 우익세력의 반발 속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러 갔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것도 강우석 감독이 영화 홍보를 위해 뒤에서 주선한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office_id=052&article_id=0000125233
한국 국회의원 야스쿠니 신사 현장조사단 소속 의원 10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습니다. 의원들이 야스쿠니 정문을 향하자 기다리고 있던 우익단체 회원들이 몰려들어 고함을 지르며 진입을 방해하고 나섰습니다.

이 영화의 문제는, 요즘 한일 관계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심각하지 않다는 데 있다. 만약 한일관계가 영화 개봉에 즈음하여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것 같이 악화되었다면 영화는 큰 흥행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일본보다는 미국이고,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일본이 식민지 시절의 문서를 가지고 요구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요구를 한다 하더라도 국새 하나 찾는다고 영화처럼 끝장을 볼 리도 없고.

그보다 이 영화에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도 안 나오고, 독도 영유권 분쟁도 안 나온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는 시사적인 영화가 갖추어야 할 시사성을 확보하는데 조금은 실패한 것 같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office_id=117&article_id=0000056574
‘한반도’,손익분기점도 못넘나
100억원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한반도’의 손익분기점은 관객수 450만 내외. 해외영화시장 최대 고객인 일본을 정면으로 비판한 내용으로 수출에 큰 기대를 걸 수 없어 국내 관객수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절대적이다.

그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 관객층을 노린 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골치아픈 뉴스가 나오면 TV를 꺼버리는 소극적인 반항을 하는데 머무르는 젊은 층에게, 이 영화처럼 매일 조선일보 매일경제 같은 신문을 보며 여러가지 감정을 쌓아온 사람이나 알 법한 얘기를 하면 그게 재미가 있겠나. 노인네들이 항상 그렇듯 이 영화도 고리타분한 말이 쓸데없이 길고, 그런 고리타분한 말을 참고 다 들어봤자 나오는 액션씬이라곤 고작 건물 폭발, 총격, 자동차 추격, 그리고 한일 이지스 군함이 서로 포를 겨누고 대치했다가 정작 한 발도 안 쏴보고 철수하는 미지근한 해상 전투씬이 전부다. 제작비를 많이 쓴 건 알겠는데, 그 돈으로 변변찬은 훅(hook)도 안 만들고 뭐 했나 몰라. (건물 폭팔씬은 쉬리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 시사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고, 한일 관계나 정치권의 암투 같은데 발끈하는 편이라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실미도를 재미있게 봤다면 한반도도 재미있게 볼 거라는 얘기. 단 그 재미가 영화 자체에서 오는게 아니라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 세계의 문제에서 오는 거라는 걸 의식할 필요는 있다.

국새라는 아이템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던가, 과거 역사와 현재를 교차 편집하는 기술은 다빈치 코드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한반도가 더 영리하고 재밌어.

그리고 요즘들어 보기 힘들었던 미중년 배우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문성근 말투가 원래 그랬구나 싶기도 하고. 그것이 알고싶다 풍의 중립적인 말투와 표정으로 얼굴하나 안 바꾸고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그러나 알고보면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닌)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전형적이긴 하지만 나름 매력있네. 캐릭터 분류로 따지면 슬레이어즈의 제로스 정도랄까.

http://blog.naver.com/indigoocean/110007247151
[정성일의 영화세상] <한반도>와 <괴물>
존재한 적이 없는 국새로 외세를 물리치고, 나타날리 없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서 악전고투하는 자작극

http://www.xacdo.net/tt/rserver.php?mode=tb&sl=374

  • tf 06/08/13 13:59  덧글 수정/삭제
    계속 들어 광고를 쏟아내는걸 보아하니 손익분기점은 절대로 100억이 안되겠군요. 순제작비가 100억이라면 이미 책정된 금액이라면 추후 마케팅 비용은 포함이 안될테니까요.
    그나저나 올해도 CJ는 예상외로 쪽박으로 갈수도 있겠고, 쇼박스는 예상외로 올해도 대박으로 가겠군요.
  • 황진사 06/08/14 06:58  덧글 수정/삭제
    언제부턴가 이런 영화는 손대기도 싫어졌어...
    한국처럼 작은 시장에서 도박성이 큰 영화시장에
    이렇게,, 돈이 많이 흘러들어가는 상황이 정상인걸까...
    액션도 아닌게 2시간반에 달하다니.. man on fire봤나? 긴데 재밌음.
  • 황진사 06/08/14 07:06  덧글 수정/삭제
    일본은 한국우익에 비하면 새발의피 아닌가.우리나라만큼 정말 우익이 대놓고 설치는 나라도 흔치않지.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애국'이라는 아름다운 언어로 우익사상이 포장되어 세뇌될뿐이지.ㅋㅋㅋ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으론, 저런 영화는 TV용 아닌가몰라. 뭐니뭐니해도 영화관 가는 이유는 액션에 맞는 큰화면과 음향효과아닐까. 아니면 데이트용 로맨틱 코메디나 드라마류..-_-; 이런건 영화관에 갈필요가 없다고봄...
    • xacdo 06/08/14 08:48  수정/삭제
      꼭 스펙터클하고 음향효과 풍부해야 영화관 가서 보나? 그럼 예술영화는 뭐하러 극장가서 봐? 어떤 영화던 영화관에서 보는게 제일 좋아.

      현재 한국의 우익은 '애국'보다는 '자유민주주의'로 포장되어 있지. 그런데 그건 좌익도 똑같잖아?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다고 하면 좌익인지 우익인지 모르겠어.
  • 황진사 06/08/14 08:58  덧글 수정/삭제
    아 내가 지칭한 '우익'은 정치쪽 우익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의 정치나 사고방식의 성향에서의 우익이겠지.. 국기에 대한 경례나 붉은악마,'동해'명칭 고수나 그런거. 한국 정치는 좌우도 뭐..없다고 봐도 될정도고 그냥 전라도가 좌측이니까 좌익이고 경상도가 우측이니 우익이라고 정했다라고 해도 믿을것같아. 뒤죽박죽.. 물론 한국만의 일은 아니지만.. 한국 정치판에선 좌우에 대한 개념자체가 아예 없다고 보면 너무 비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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