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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들 - 음악

녹음실 녹음 후기

12/04/08 04:34(년/월/일 시:분)

처음으로 녹음실에서 녹음을 해봤다.
1프로(3시간) 15만원. 수원 윤녹음실.

원래는 쉽고 익숙한 곡을 빨리 치고 끝내려고 했는데, 막상 녹음해놓고 들어보니 음질이 좋아져서 그런지 사소한 나쁜 점까지 아주 잘 들리는 것이었다... 아오 고통스러워. 그래서 자꾸 다시 녹음하다보니 4곡밖에 녹음을 못했다. 이것도 상당부분 대충 넘어가서 이정도였다,

이렇게 못 부르고 못 치는게 생생하게 들리니, 자꾸 다시 녹음하고 싶어서 정말 5분도 안되는 한 곡 녹음하는데 밤을 새는 것이 이해가 갔다. 나도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4~5 테이크 간 걸 잘 된 부분만 짜맞춰서 끝냈는데, 완벽하게 하려면 한도 끝도 없이 더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http://kihafaces.com/xe/18095
보컬 녹음은 일곱 번쯤 했다. 내가 만든 어떤 작품보다도 선율이 강조된 곡인 만큼 음정과 박자를 잘 지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녹음을 해 놓고 거의 소절 단위로 끊어 들으면서 잘 된 부분끼리 모아 짜깁기했다. “눈송이마저 숨을 죽여 내리고”는 첫 번째 녹음한 것을 쓰고 “내 발소리 메아리 되어 돌아오네”는 세 번째, “바람만이 이따금씩 말을 건네고”는 일곱 번째를 쓴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결국 나무랄 데 없이 매끄러운 하나의 테이크가 완성되었고 나는 크게 만족했다.
그런데 그 녹음본을 들은 너굴 매니저가 반기를 들었다. 데모를 들었을 때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집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지금도 그녀는 <말하러 가는 길>과 <오늘도 무사히>는 데모가 낫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노래가 잘 되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그냥 다음 녹음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의지를 꺾지 않으면 보통 쉽게 물러서는 그녀가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한 번만 다시 녹음을 해 보고 이전 것이 나으면 그걸로 결정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버텼다. 그토록 강하게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녹음본을 다시 들어보았다. 어찌 들으면 좀 기계적인 느낌이 있는 듯도 했다. 결국 재녹음을 하기로 했다. 재녹음은 매우 간단했다. 음정이나 박자 따위에 대한 생각은 잊고 한숨을 쉬는 듯한 기분으로 훅 불렀다. 딱 두 번 녹음했고, 이전 것보다 명백히 낫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고, 둘 중 첫 번째 것을 짜깁기 없이 쓰기로 했다. 그것으로 완성이었다.



그래도 녹음한 걸 들어보니, 비록 내가 뛰어난 보컬이나 연주자는 아니지만, 내 노래는 꽤 좋은 것 같았다. 이 좋은 노래를 내 머리속에만 묵혀두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어서 빨리 끄집어내서 그럴듯한 형태로 만들어 내고 싶었다. 나 혼자만으로는 부족하니, 어떻게든 사람들을 좀 더 모아서 노래를 완성하고 싶었다. (이번 녹음에 참여한 친구에게 감사한다. 한 명이라도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난 정말 박자감각이 없다. 최소한의 연습이라도 해야겠다. 다음달에는 실용음악학원 주말반을 끊어야지.

그리고 구성이 보통 노래가 ABAB라면 나는 AAAA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스타일이다. 직선적인 건 좋은데 지루한 면도 있다.

하여튼 나머지 노래들도 녹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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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xacdo.net/tt/rserver.php?mode=tb&sl=2390

  • 12/04/08 17:57  덧글 수정/삭제
    천재같네요.. 수고하셨습니다. excf에 이적이라고합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여기까지 들어왔습니다.
    온김에 댓글도 답니다.
    정말 잘 들었습니다.
  • dawnsea 12/04/09 04:19  덧글 수정/삭제
    아아.. 다재다능..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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