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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boy Slim - Halfway Between the gutters and the stars

대박과 쪽박 사이

fatboy slim - smileRight about now, the funk soul brother.
Check it out now, the funk soul brother.

설령 테크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위 노래 "Rockafella Skunk"는 들어봤을 것이다. 피파97인가에 메인테마로 쓰였을 정도로 그야말로 전지구적인 히트를 친 이 노래는 fatboy slim을 수퍼스타로 만들었다. 물론 돈과 명예를 얻었음은 자명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Fatboy Slim은 길을 가다가 어떤 꼬마아이가 위의 노래가사를 막 따라하는 것을 보았다. 사실 그는 성인취향의 좀 어려운 노래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쪼그만 꼬마아이까지 자기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이었다! 심하게 열받은 Fatboy Slim은 "다음에는 절대로 꼬마애들이 못 따라부를 노래를 만들어야지"라고 결심한다.

즉 그는 자신의 과도한 유명세가 싫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십년이 넘게 대충 그럭저럭 인기있는 DJ 정도로 살아오다가 갑자기 인기를 얻으니 자기 맘대로 할 수 없게 되는게 싫었던 것이다. (물론 내 추측이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좀 인기를 떨어트리는 재미없는 노래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물론 너무 인기가 없으면 먹고 살기 힘드니까, 적당히. 너무 좋지도 않고 너무 나쁘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미지근한 음악. 그것이 바로 이번 앨범 "Halfway between the gutters and the stars"였던 것이다.

대박과 쪽박 사이

즉 이번 앨범은, 충분히 더 신나는 노래를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자제하는 모습이 보였다. 타이틀곡을 봐도 이번 앨범 중 가장 쳐지는 노래를 뽑질 않나. 제일 신나는 Ya Mama는 한참 뒤의 후속곡으로 뽑질 않나.

게다가 앨범 구성도 상당히 듣기 힘들게 만들어놨다. 구린 노래를 전면에 세우고, 좋은 노래는 곳곳에 숨겨놔서 찾기 힘들게 만들어 놨다. 즉 듣는 쪽에서 상당히 신경을 기울여서 잘 찾지 않는 이상, 이 앨범을 제대로 즐기기는 힘들다. 즉 의도적으로 듣기 힘들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것은 노래의 구성을 봐도 그렇다.

다행히도 이번 앨범은 그의 의도대로 적당히 성공하고 적당히 실패한 앨범이 되었다. 덕분에 그는 전처럼 쪼그만 애들까지 자기노래를 따라부르는 상황은 모면한 것 같다. 실제로 이제는 테크노 팬이 아니면 그의 노래를 알지는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의 노래는 크게 히트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말아먹지도 않았다.

물론 팬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속이 상하다. 좀 더 잘 할수 있는데도 일부러 자기 능력을 죽이다니. 그렇게 인기가 싫었던 것인가. 물론 자기 앞가림은 잘 했다고 보지만..

Fatboy Slim official website www.gutterandstars.com
write 2003 11 04


부록 - seoulscape 2002

팻보이 슬림. 그의 음악은 게으른 탓인지 헛점이 많이 보이지만, 정말로 놀기에는 신나는 음악이다.
그의 음악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테크노는 context의 조합이다"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요령껏 한데 섞어 만드는 섞어찌개 짬뽕이 바로 그의 음악, 그것이 테크노.

팻보이 슬림이 한국에 온다! 는 소식에 한 6만원인가 하는 비싼 입장료를 주고 갔었다. 마침 그 날은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던 날이었다. 나야 뭐 원래 월드컵에 관심이 없기도 해서 그냥 갔다. 입장하는데만 한시간이나 걸렸고, 일체의 소지품(핸드폰, 카메라, 가방 등)이 허용되지 않았다.

원래 이런 공연이 그렇지만 외국인이 반이었다. 구석에서 한 남자 외국인이 여자 한국인을 꼬셔서 딥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보기도 하고 -_-;;

협찬이 꽤 나와서, BAT에서 담배를(공짜라길래 한번 펴봄 -_-), 공연장 뒤에서는 PS2를 즐길 수 있었고(음악 듣다 지겨우면 뒤에서 게임하고 -_-), Bacardi breezer를 팔기도 했다(나는 돈이 없어서 남이 먹다 남긴거 줏어먹음 -_-.. 콜라에 타서 레몬 띄운것도 맛있더만)

밤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약 2시간 정도씩 DJ들이 번갈아가면서 하는 파티였는데, 나중에 3시쯤 되서는 너무 졸려서 구석에서 좀 자려고 누웠다. 그랬더니 누군가 위에서 술을 퍼붓는 것이었다. 보니까 콜라에 희석해서 팔던 bacardi 큰병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던 것. 그 사람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과장된 표정으로 "예~" 하길래 나는 화도 못내고 멋적게 일어났다.

이날의 후문으로는, fatboy slim이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월드컵 개막전을 봐야겠다고 해서 늦은 시간을 빼줬다는 점, 그리고 공연장 화면에 간간히 월드컵 장면을 보여줬는데 거기서 5-0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수치가 나와서 진짜 경긴지 몰랐다는 점, 그리고 팻보이슬림 음악트는데 거기가 호텔 옥상이라서 시끄럽다고 소리 줄여달라고 해서 후반부에는 소리를 줄였다는 점(몰랐다;;)..

하여간에 테크노 레이브 파티는, 음악이 멈추지 않는다. DJ가 바뀔때도 계속 음악을 잇는다. 중간에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아쉽게도 체력이 딸려서 트랜슨가 뭔가 하는 것까지는 못 가봤지만, 나중가니까 내가 음악을 듣는지 음악이 나를 듣는지 알 수 없는 상태까지 간건 확실했다.

seoulscape 2002
기대하며 그린 그림.

seoulscape 2002 - 밖의 사진
사람 무지하게 많았다. 카메라도 못 갖고 들어가게 하고.

seoulscape 2002 - 천리안 fanshock 일행
천리안 fanshock 일행들. (누가 누구였더라;;)

서울스케이프 www.seoulscape.dj

[음악] Fatboy Slim - Weapon of choice 12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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