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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매트릭스 animatrix

매트릭스 1.5편

작도는 요즘 매트릭스에 푹 빠져있다. 지하철 2호선의 초록색만 봐도 매트릭스의 초록색이 떠오른다. 2호선을 탈때마다 매트릭스2 안에 있는 것 같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매트릭스 영화평은 모조리 찾아서 읽는다. 잡지도 매트릭스 기사가 있다 싶으면 다 산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요즘에는 "스미스가 사실은 네오를 짝사랑한다" 는 동인 작품을 구상하는 중..(쿨럭) 어찌‰怜?매트릭스에 조금이라도 관련있다 싶으면 모조리 탐독하는 '매트릭스 빠돌이'인 나에게, 애니매트릭스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애니매트릭스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안그래도 충분히 만화같은데 굳이 만화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일단 보기 시작하니 이게 왠걸. 100% 오리지날 스토리였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모양새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들이 매트릭스에 바치는 트리뷰트 앨범'처럼 만들어진 것이었다. 거기다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매트릭스 1편과 애니매트릭스를 보고 나면, 오히려 매트릭스 2편이 번외편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니까.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

애니매트릭스 -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
옷 벗기기 칼싸움은 커플용 게임으로 안성맞춤

'드림캐쳐'와 함께 영화관에서 상영되기도 했고, 매트릭스2 OST앨범에도 들어있는, 애니매트릭스의 9개 에피소드 중 가장 재미있고 대중성있는 작품이다. 스토리 또한 영화와 게임과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일단 시작하면 "옷벗기기 칼싸움"을 하니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파이널 판타지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으면 좋았을것을… (파이널 판타지 감독했던 분이 만들었다)

두번째 르네상스 1부, 2부

애니매트릭스 - 두번재 르네상스 1부
이 여자분께서 지난 줄거리를 주구장창 설명해주신다.

매트릭스의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몇백년에 걸친 역사를 주구장창 읊어대는 마치 설정집 같은 에피소드. 이걸 보면 매트릭스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껍질을 뒤집어 썼다 뿐이지, 뜯어보면 영락없는 일본 SF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애니매트릭스가 매트릭스와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애니매트릭스 - 두번째 르네상스 2부
인간과 기계의 싸움. 기계가 어떻게 지능을 가지는지는 공각기동대를 참고하시길. (정작 매트릭스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 에피소드는 세계관의 재미로 보게 된다. 매트릭스의 세계는 거대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이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세계에 빠지게 되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모든 것이 궁금해지니까. 그래서 계속 관련상품을 구입하고 설정집을 뒤적이게 되는 거지. (예전에 에반게리온 볼때 이랬던 기억이 있다;)

프로그램

애니매트릭스 - 프로그램
칼을 손으로 잡아 역공하는 장면. (언뜻 보면 여자 울버린 같다)

“이 사람은 어떻게 된게 매트릭스를 맡겨도 무사애니를 만들어놓냐”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마계도시’ ‘무사 쥬베이’로 유명한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감독을 맡은 에피소드. 제일 인상깊었던 장면은 무채색에 빨간 바탕으로 기와 지붕 위에서 싸우는 장면이었는데, 일본적인 색채가 강한데도 의외로 매트릭스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것이 신기했다. 마지막 반전 또한 단편의 매력을 잘 살려준 것 같다. 같은 반전을 장편에 썼다면 식상하다고 했을텐데.

추리 소설

애니매트릭스 - 추리 소설
매트릭스에서는 항상 세명씩 붙어다닌다.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카우보이 비밥이다!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왔다. 거친 흑백사진 같은 톤으로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분명히 현대인데도 굳이 로터리식(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는 기계식) 전화기를 쓴다거나, 키보드도 굳이 기계식 타자기를 쓴다거나 하는 복고 취향도 눈에 띈다.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에 이어서 이 에피소드에서도 주인공은 실패를 한다. 항상 성공하기만 하는 영화에서와 달리 애니매트릭스에서는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원래 매트릭스가 암울한 작품이긴 하지만 애니매트릭스는 그래서인지 더 암울하다.

비욘드

애니매트릭스 - 비욘드
얼굴에 별 그리고 다니는 사람은 괴짜가족의 ‘진’ 이후 처음이다.

매트릭스에 대해 아무것도 꼬마들이 불릿 타임(시간 느려지게 하기)을 알게 되서 불릿 타임을 하고 노는 에피소드. 매트릭스의 특정 섹터가 에러나서 그 부분에서는 시간이 쉽게 멈추고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해서 그곳이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된다는 설정이다. 정말 숨이 멎을듯한 장면들을 마치 일상적인 것처럼 묘사를 하다니. 대단했다.

허가

애니매트릭스 - 허가
이 에피소드는 인간과 기계의 사랑을 다룬 ‘쵸빗츠’같은 내용이다.

피터 정. 이온 플럭스를 통해 한국계로 알려진 피터 정은, 아무리 한국계라고 해도 전혀 한국적인 면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미국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는 한국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고 하니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이 에피소드에서도 한국적인 면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한국에 관심이 많은 미국 감독으로 생각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내용은 기계가 인간을 매트릭스로 지배하듯이, 인간도 기계를 위한 매트릭스를 만들어서 기계를 지배하자는 발상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하나의 기계를 매트릭스의 노예로 만드는데는 성공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기계야 사람을 노예로 만들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서 그렇다 쳐도, 기계를 노예로 만들어봤자 에너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원래 기계가 그런건데 매트릭스가 굳이 필요있을까.

세계 기록

애니매트릭스 - 세계 기록
튀어나오는 나사를 바라보는, 체리파이를 좋아하는 간호사. (전혀 설명이 안되는군;)

시간을 원하는 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불릿 타임 기법.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그 기법을 마음껏 사용한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9초 남짓한 시간을 죽죽 늘여서 10분 가까이로 보여준다. 마치 피구왕 통키에서 한번 슛 쏘는데 몇분씩 걸리고, 슬램덩크에서 한 게임 하는데 한 권씩 걸리던 것을 보는 것 같다. 그 찰나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대단한 감흥을 줬다. 원래 시간을 죽죽 늘리는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기지만, 남이 따라하는 것을 보고 역으로 그 기법을 새롭게 깨달은 것 같다.

키드의 이야기

애니매트릭스 - 키드의 이야기
통신 상으로 트리니티와 네오를 만난 키드. "꺄☆ 님아 싸인좀 ㅋㅋ" "님즐"

매트릭스 2편에 잠깐 나오는 키드에 대한 에피소드. 네오 역의 키아누 리브스도 비록 잠깐이지만 목소리를 들려준다. 보통 애니메이션을 만들때는 많은 양의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선을 간단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마치 편집증에 걸린 환자처럼 끝도 없이 지저분한 선을 사용했다. 아마 만드는데 고생 좀 했을 것 같다. 또한 영화에서라면 상당히 힘들 것 같은 고난이도의 스케이트보드 스턴트가 나오는데, 이런 면이 애니메이션의 매력이라고 본다.


애니매트릭스; 매트릭스 1.5편

매트릭스 - 워쇼스키 형제
매트릭스의 감독, 워쇼스키 형제. 폐인의 오로라가 느껴진다.

매트릭스의 감독 워쇼스키 형제는 나이 30을 갓 넘긴 대머리 아저씨들이다. 보통의 이름있는 감독들과는 달리 카리스마는 커녕 일말의 진지함도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다. 그저 놀기 좋아해서 맨날 방에 틀어박혀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만 줄창 할 것 같다. 이번에 그 봉술 씬도 무쌍난무의 영향을 받은 것 같고. 어쨌건 애니메이션에서 따온 아이디어가 역으로 애니메이션화 된다는 것. 그 대머리 아저씨들이 보기에 애니매트릭스는 매트릭스의 팬아트 같이 보이지 않았을까. 팬아트의 팬아트라니. 어쩌면 매트릭스의 애니화를 가장 기대했던 것은 그 아저씨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애니매트릭스”가 오히려 “매트릭스 리로디드”보다 재밌는 것 같으니 내심 질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글은 KBS 게임피아 2003년 7월호 "클릭 애니세상 (4회)"의 원고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게임피아가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탓에 묻혀버린 비운의 글입니다.

애니매트릭스. 4개의 에피소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www.intothematrix.com
케이제이킴 님의 매트릭스 팬 페이지. my.dreamwiz.com/kayjaykim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코믹영화 '매트릭스XP' www.matrix-xp.com
write 2003 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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