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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매틱

에바로부터 시작된 나의 가이낙스 편력.

마호로매틱 2기 3화 "이래서는 애리부터 학교에 못가" -_-훗. 중학교 2학년때였나. 그러니까 언제냐 1994년이었나. 하여간 그때쯤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다면 감히 이 광풍을 피해갈 수나 있었을까.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거대한 폭풍이 불었고 다들 그 바람에 휩쓸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에반게리온. 아직까지도 울궈먹고 있는 가이낙스의 희대의 명작. 그것이 나와 애니메이션의 첫 만남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별로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초등학교때 시간때울게 없으니까 후레시맨 바이오맨 마스크맨 스파크맨 스필반 등을 보고 놀때, 빌릴 게 없으면 엄마는 '핑크요정 후렛샤'같은 남자애가 볼만하지 못한 애니도 빌려오곤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반항도 안 하고 잘 봤으니 정말 그때부터 이상하긴 했나보다 -_-;; 그것도 주인공의 흰 팬티가 휘날리는 장면을 느린 재생으로 기어이 볼려고 발악을 했으니… 으윽 왜 이런게 기억나는거야.
하여간 그렇게 별 생각없이 애니란 것을 보다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애니를 보기 시작했던게 에바였다. 음… 어째 마호로매틱 감상이 아니라 에바 감상같군. (황급히 제목을 "나의 가이낙스 편력"으로 바꾸고 돌아온다) 휴, 됐다. 어찌‰怜?에바는 어린 중학생의 마음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고, 나는 비디오가게에서 대원동화에서 발매한 비디오 10개를 몇번이고 빌려보면서 꿈을 키웠다. 비록 많은 부분이 편집되고, 60분짜리가 48분으로 줄어드는 한이 있다 해도, 대충의 내용 전달은 되었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에바는 정말 재미있었고 빠져들만한 구석도 많았다. 나는 그 당시에 다른 애니에는 전혀 손도 대지 않은채 정신없이 에바만 봤다. 잡지나 책이나 매체를 불문하고 에바에 관련된 글은 모조리 읽었다. 그래서 나는 에바에 대해서는 꽤나 해박해졌지만 정작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었다. 뭐 어찌‰怜?좋았다.
그렇게 한번 빠져든 탓에 나는 애니란 것에서 도저히 발을 뺄 수가 없었다. 뭔가 재미있는 꺼리를 찾아서 이 애니도 보고 저 애니도 보고 했지만 도저히 흥미를 느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에바같은 굵직한 애니를 보고 났으니 무슨 애니로 성이 찰까. 마치 서태지에 빠졌다가 은퇴하고 나서 정신 못차렸던 것과 비슷하다. 나는 꽤나 오랜 시간을 방황했다. 그 와중에서 가이낙스의 후속작이라고 나온 것들을 차근차근 봤으나 다들 에바의 발끝에도 못따라가는 하등한 천한 것들이었다.
아 얘기가 자꾸 길어지네. 일단은 까먹기 전에 써놔야지. 어디까지 썼더라? 아 어찌됐건 그래서 참 가이낙스에 실망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 프리크리, 아베노바시 마법상점가를 거쳐. 어찌‰怜?보기는 봤다. 이것이 팬이라는 걸까. 가이낙스에 코가 꿰어 재밌든 재미없는 언제나 무언가를 기대하며 관심있게 지켜봐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애니메이션 리뷰에서 에반게리온이나 가이낙스 얘기가 나오면 난 왜 진부하다고 느끼는지 모르겠다. 정말 수도없이 얘기가 되었고, 에바는 명작이긴 하지만 완전한 작품은 아니다. 까댈 여지야 얼마든지 있고, 거창한 말도 얼마든지 붙일 수 있다. 하지만 난 너무나 그런 글을 많이 읽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내 머리속의 에바에 대한 논지를 벗어나는 글은 없다. 굉장히 자만한 말이지만 사실인걸 어떡하리. 필자의 거만함에 화가 나신다면 화 푸시고, 닭살이 돋는다면 닭살 푸시고, 싸가지 없다 느낀다면 그러려니 해 주시게. 좀 거품을 덜어내고 말한다면 그냥 개인적으로 지겹다 할만한 정도이다.

마호로매틱 2기 DVD 표지윽 글이 길어지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왠만큼 할 얘기는 했으니 이제 마호로매틱 얘기를 해보자. 참나 이제야 마호로매틱 얘기를 시작하다니. 도대체 이 글은 언제 끝날까 두려워하지 마시길. 원체가 서론이 긴 인간이다 보니 이 다음부터는 금방 끝난다. 원래 할 얘기가 없으면 앞에서 적당히 뻥 치면서 부풀려놓은 다음에 슬슬 머리속에 내용이 안 들어갈때 쯤 되면 그때서야 허접한 얘기로 적당히 마무리짓고 넘어가는게 본 필자의 스타일이라. 이른바 '치고 빠지기' 전략이라고 할까. 또 이런 말 들었다고 지금부터 집중하기는 참 사람하고는. 어쨌든 마호로매틱 1기가 나왔을때는 정말 재미 없었고, 보다 중간에 관 뒀다. 후반부에 너무 재미가 없어서 10화까지 보다 말았다. 게시판에서 떠드는 이야기로 대충 어떻게 끝나는지는 알았지만, 그거야 안봐도 비디오라서. 그렇게 긴장감없이 그냥 라이벌끼리의 승부라면, 우리의 멋진 주인공이 승리하고, 패배자는 인정하긴 싫지만 주인공의 편이 되는, 예전에 드래곤볼 시절부터 숱하게 써먹었던 클리셰 중 클리셰였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2기다. 문단을 바꾸고 새마음 새뜻으로 시작하자.
2기도 처음에는 그다지 그럭저럭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H한 부분이 걸작이었다. 그냥 평범하게 진행하다가 왜 갑자기 그렇고 그런 장면만 되면 연출력이나 작화력이 갑자기 확 높아지는지 크크크 참 사람들 하고는… 일전에 이런 현상을 '엑셀 사가'라는 만화에서 본 적이 있긴 하지. 그러니까 내용 전개상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브릿지 부분에서는 퀄리티가 한없이 떨어지지만, 자기가 정말 재밌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평소의 300%의 능력을 발휘하여 한없이 재미있게 만드는, 정말 자기 좋을때만 불타오르는 매우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이건 그들의 실력에 빈틈이 많다는 것이다. 완벽한 자신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정진하는 '20세기 소년'의 우라사와 나오키 같은 작가와는 한참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성격이랄까. 자기 좋을대로 그리는 아마추어한 자세도 나름대로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걸 상업적으로 이용해먹기에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그래도 지금까지 잘도 버텨왔군. 하여간 2기는 그런 모습이었다. 신캐릭 미나와짱의 파워는 너무 약했고, 스토리 또한 엉성하기 짝이 없었지만, 2~3개 에피소드마다 한번씩 터져주는 가이낙스의 자기 하고 싶은대로의 저력은 정말 대단했다. 박수손의 박수가 터질만한 대박이었다. 그 재미로 2기를 끝까지 보았다. 특히 마지막 14화의 결말은 정말 웃기다 못해 눈물이 날 정도였다. 마호로매틱이 그렇게 끝날 줄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어떻게 그렇게 지 멋대로 그렇게 끝낼 수 있는거야. 어떻게 보면 타이피컬하긴 하지만 어떻게보면 정말 웃긴 결말이었다. 그 후로 나는 무슨 애니메이션이든 그런 식으로 20년후에 아저씨 아줌마가 된 모습으로 다시만나는 결말을 그려보는 통에 몇달동안 심심할 틈이 없었다. 여러분도 해보면 알겠지만 무지 재밌다. 간단한 예로, 카드캡터 사쿠라의 사쿠라와 리군이 20년후에 아저씨 아줌마가 된 모습으로 다시 만난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서로 헤어짐의 아픔에 상처받아 완전 폐인이 된 모습으로. 예전 모습은 간데 없고 서로에 대한 배신감과 아련한 그리움에 의지해 희망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날, 그 둘은 우연히 다시 만난다. 그리고 다시 사랑이 시작된다… 푸하하 벌써부터 재밌다. 이런 식의 결말은 정말 매력적이다. 아무데나 같다 붙여도 다 말이 되지 않는가. 우하하하. 크크크.

아 지쳤다. 이제 그만 쓸래. 하여간 마호로매틱은 1기는 좀 참고 보다가 2기의 대박을 노려라. 이것이 본인이 추천하는 감상 방법. H한 씬이 간간히 들어가있는 탓에 일반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 구할 수 없고, 약간 어둠의 루트를 통해서 구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 어둠이야 시작에 불과하니까 그리 어렵지는 않을테니.

마호로매틱 전화카드

write 2003 0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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